악플을 대하는 자세
집 앞에 있는 로컬 치킨집 생각보다 맛있데요. 양도 많고!
그래? 그럼 이번 주 금요일에 처체, 처남 불러서 치맥 할까요?
콜!
금요일 저녁, 퇴근 후 우리 집 앞 치킨집에 모였다.
바로 이어지는 근황 토크.
국내 코로나, 해외 코로나, 마스크 시비, 전세, 월세, 주식, 아파트, 재테크...
2차는 집에서 와인과 소주.
다들 기분 좋게 취해가고 있는데 처제가 대뜸 회사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번 주에 정말 스트레스받아서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니까!
난 팀장이 시킨 대로 온라인 교육 내용을 올린 것뿐인데 왜 다들 나한테만 그러냐고!
젠장!!#^%$#F*
잠깐만, 처제. 릴랙스하고 천천히 처음부터 이야기해줘 봐요.
처제가 최근에 스트레스를 받은 이유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온라인 교육 시간을 이수하라고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현업 부서에서는 업무 할 시간도 없는데 무슨 교육이냐고 게시판에 열성을 다해 불평불만을 쏟아내서 속상하다"는 것이었다.
에이. 뭘 그런 것을 가지고 그래요.
최근에 현업 부서 사람들이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나 보지.
아니다. 처제가 이뻐서 그래. 이쁜 사람이 참아요.
그것도 아니면 외로워서 관심받고 싶어 하는 관종 종자들인가 보네.
그런데 처제는 그 정도로는 넘길 수 없었는지 목에 핏대를 세우며 그들이 행한 악독하고 비열했던 짓들을 낱낱이 까발렸다. 그리고 잠시 후 울먹거리며 두 눈에서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들...
얼마 후 처제, 처남은 떠났고 난 방을 청소하며 아내에게 말했다.
처제도 참. 저럴 때 보면 아직 소녀 감성이야.
악플에 뭘 저렇게까지 힘쓰고 그래. 인생 아깝게. 칭찬 댓글도 있고 악플도 있는 거지.
나에게 우호적인 사람 들고 있고 나를 그냥~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리고 악플 쓰는 사람들이 처제가 싫어서 그랬겠어?(물론 있기도 하겠지만~)
그들도 여러 가지 불만들이 있는데 이때다 싶어 게시판에 악플을 똥처림 마구마구 싸질러 대는 거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도 예전에 블로그 할 때 별 거지 같은 댓글들이 달렸었잖아.
우리야 쿨하게 뭐~ 이런 거지 같은 댓글이 있어~하고 무응답 하지만 말이야.
사실 처제가 악플 이야기를 할 때 법륜스님이 유튜브나 책에서 종종 언급했던 '쓰레기' 이야기를 해주려고 했었다. 그런데... 조언이란 게 듣는 사람이 어릴 때는 그저 감사한 거지만 나이 들면 감사하게 들리기보다는 "아니 누가 해결해달라고 했어? 조언해달라고 했어? 공감받기 위해서 이야기한 건데 무슨... 아주 박사 나으리 납셨네! 그래 니 똥 굵다!"로 들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그래서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상대방이 조언이나 노하우를 듣고 싶다고 요청하지 않으면 '조언'하지 않는다. 설마 그들이 지금까지 그런 지식과 지혜를 몰라서 못했을까? 알면서도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그랬겠지~라고 생각하고 내 갈길 간다.
<법륜스님의 행복>과 유튜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채널에서 종종 언급하는 '쓰레기' 이야기는 대충 이렇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욕을 했어요.
그것은 그 사람이 나에게 쓰레기 봉지를 건넨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더러운 봉지를 움켜쥔 채
그 사람이 나한테 욕을 했어
그 사람이 나를 무시했어,
하면서 평생 그 쓰레기를 뒤지며 삽니다.
그러니까 법륜스님은 그 쓰레기(욕, 욕설, 악플 등)를 탁! 하고 버리면 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쓰레기를 잊을만하면 열어보고 냄새 맡고 뒤져보면서(맛보고 씹고 뜯는 이가탄 광고도 아니고!) 무슨 귀한 보물인 것처럼 평생 간직하고 살아간다는 말이다. 단순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스님의 조언. 그러나 이게 말은 쉬워도 '무지하게' 어렵다. 왜냐하면 쓰레기를 받는 순간 마음에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세계여행 다닐 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문화가 달라서, 언어가 달라서, 때론 인종차별을 느껴 각 나라 쓰레기들을 마음에 담고 여행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고 나중에는 뭐 이런 쓰레기들을 나에게 던지지? 한국말도 못 하는 별 거지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편안해졌다(가끔 너무 화가 날 때면 그들 앞에서 찰지게 한국말로 욕했다! 어쩌나 가슴이 시원하던지~).
처제, 나중에 또 현업 부서에서 익명으로 악플 달면 대형 쓰레기봉투 20-30개 사서 현업 부서에 나눠줘요.
그리고 한마디 하세요.
스토브 리그에서 백승수 단장이 했던 그 말처럼 "알잖아!"
인생 짧다.
여행하면서 매일매일 느꼈다.
놀아도 2년 반 금방 가더라.
그러니 내 인생에 미세먼지보다 작고 아메바같은 단세포들에게 신경 쓰지 말자.
시간, 돈, 체력 모두 아까우니까!
알잖아!
월세부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ita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