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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세부부 Aug 06.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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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고 심플하게 살기

처제한테 생일 선물로 뭐 받고 싶냐고 연락 왔는데요?

오케이!


그런데 막상 생일 선물을 생각하자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신발은 몇 달 전에 샀고 속옷은 처제가 선물할 항목은 아니고 향수는 아내가 사준다고 했고 또 뭐가 있을까? 옷? 반팔은 여름 시작할 때 인터넷에서 3개 샀으니 필요 없고 긴팔티는 기존에 입는 것들이면 충분하다. 그러고 보니 긴팔티 중에 하나는 처제가 작년에 "형부! 옷 좀 사요! 무슨 매일 볼 때마다 같은 옷이야!" 하면서 생일날 사준 티다.


머리를 짜내도 떠오르지 않아 제일 만만한 네이버에 접속해 '40대 생일선물'로 검색해봤다. 상위에 나오는 것들은 건강식품, 안마기, 목 마사지기 등이 나왔다. 아~ 40대는 다들 힘들구나!


이번엔 쿠팡에 접속했다. 지갑, 벨트, 시계 등이 나왔고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니 '쏘팔코사놀 남진 쏘팔메토'이라는 물건이 나왔다. 이건 뭐지? 무슨 제품이 이름이 욕 같네. 쏘팔코사놀. 제품을 클릭하여 설명을 찬찬히 읽어보는데 트로트 가수 '남진' 얼굴이 보였고 그 밑에 전립선! 지구력!이라는 단어가 커다랗게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 자그맣게 쓰인 문구. '전립선 싱싱하고, 지구력 쌩쌩하면 참 좋아!' 푸하하. 광고가 아주 직관적이고 노골적이야. 40대 같아!


생일 선물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네이버, 쿠팡에 들어왔는데 문득 내가 건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전립선 문제없지, 탈모 없지, 흰머리 거의 없지, 평생 썩은이 하나 없지. 냄새 잘 맡지, 귀 밝지, 시력 좋지. 뭐야? 생일 선물은 받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부자가 된 기분이다. 그리고 느닷없는 어머니, 감사합니다!로 이어지는 황당한 결론. 이게 바로 기적의 논리다. 흐흐

아점. 오늘은 다행히 국물이 있다. 평소에는 아점엔 국물이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은방으로 들어가 걸려있는 옷들을 살폈다. 이 참에 벨트를 새 걸로 바꿀까? 저 벨트 그러고 보니 20년은 된 것 같다. 소가죽이라 끊어지지도 않고. 하지만 난 이 벨트가 좋아. 20년이나 가족처럼 함께했고 지금도 멀쩡한데 굳이 바꿀 필요는 없지.


그러다 우연히 본 쿠킷!

쿠킷은 간단한 레시피를 통해 음식을 만들 수 있는 키트로 재료가 신선하고 맛도 생각보다 괜찮아서 최근에 아내가 종종 샀다. 물론 가격이 싼 것은 아니라서 50% 세일할 때만 산다. 중복이고 하니까 닭 한 마리와 스테이크 요리를 사달라고 하면 되겠네.


난 처제에게 생일 선물로 쿠킷을 사달라고 했고 처제는 오케이!라는 답변과 함께 뭔가 좀 허전했는지 명태회냉면도 함께 주문했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하하. 저번에 아내가 회냉면 주문해서 어제저녁에 다 먹었는데... 이럴 때 보면 사람들 생각 다 비슷한가 보다.

오늘 글 쓰다 찍은 냉장고 사진. 처제가 생일 선물로 사준 회냉면이 보인다

생일 선물 고르기 미션을 마치고 침대에 누워 있는데 왜 생일선물로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었을까? 하는 질문이 머릿속에서 구름처럼 둥둥 떠다녔다. 난 정말 원하는, 아니 필요한 선물이 없었나? 아니면 혹시 내가 더럽게 성격이 까다로은 사람인 건가? 그러고 보니 나와 아내는 물건에 대한 소유욕이 많지 않은 편이다. 꼭 필요한 것만 사고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팔거나 버려 심플함을 유지한다. 단, 부동산(상가)은 제외다. 그 이유는 물건 소유욕과 자본주의에서 경제적 자유를 위해 재테크를 하는 것은 별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뭐가 그렇게 심플한데요? 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차가 없다.

잘못 들은 거 아니다. 우린 정말 차가 없다. 내 나이 4학년 6반, 아내 38살. 

직장에서도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런데 우린 차가 없다. 당연히 둘 다 면허 있다.

난 운전할 줄 알고 아내는 장롱면허.

아~ 딱 한번 차를 내 명의로 소유한 적이 있긴 한다.

캐나다에서 체리피킹 할 때 3개월간 중고차가 있긴 했는데 그게 태어나서 내 명의로 소유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차였다(https://blog.naver.com/chita000/220748659491 참고). 

대신 우린 상가 세 칸이 있다.


두 번째는 에어컨이 없다. 이유는 돈이 아까워서라기 보다는 그냥 버틸만해서다. 우리 집에는 대중적인 선풍기 2대가 있다. 한 번은 날이 더워서 에어컨을 살까 고민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결국 내린 결론은 버틴다! 였고 그래도 못 버티면 선풍기 개수를 하나씩 늘려본다였다. 그래도? 못 버티면? 그때는 에어컨을 살 예정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내와 함께 살아온 패턴을 돌이켜보면 앞으로도 에어컨은 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여행 중에 인도를 3개월을 여행해서, 그 더위에 땀을 뚝뚝 흘려가며 요가를 배워서가 아니다. 신혼 때부터 우린 에어컨 없이 여름을 잘 지냈다. 단지 그 이유 밖에는 현재 상황을 설명할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건 좀 다르긴 한테 현재 우린 28년 된 14평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딩크족(자녀 없는 맞벌이 - Double Income, No Kids)이라면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맞벌이라 호화롭게 사는 사람들이 내 주변에 훨씬 더 많다.

그 외엔 없을 거 빼고 다 있다. 침대, 냉장고, TV, 세탁기, 화장대, 책상 겸 식탁까지. 허억. 그러고 보니 김치냉장고가 없네. 이 참에 하나 장만? 노노~


음력 생일이라(아내는 양력 생일이라 이럴 때 세대차이 느껴짐) 내년마다 날짜가 달라서 생각하고 챙겨줘야 하는데 아내, 동생, 처제 고마워요~ 어머니는 100번 절하며 감사합니다를 해야 하니까 이 정도만.

감사라는 단어를 생각하자 행복, 만족이 연달아 따라온다.

그리고 마지막에 인도 여행여행을 하면서 현지인들에게 종종 듣던 그 문장을 오랜만에 천천히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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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부부 블로그: https://blog.naver.com/chita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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