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 you wanna play a game?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by 월세부부

10일간 탔던 차를 무사히 반납하고 아이슬란드 땅을 밟을 때부터 기대가 컸던 ‘고래투어’를 하기 위해 여행사에 갔다. 여행사 직원은 이곳 레이캬비크에서 약 1시간 떨어진 장소에서 투어를 할 예정이기 때문에 총 투어시간은 왕복 시간까지 합쳐 5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친절하다. 미소가 진심이다. 그리고 차근차근 설명하는 직원의 모습에서 신뢰가 느껴진다. 뭘 망설여! 고고!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끝없이 바다만 보이는 곳이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배에 올라탔다. 얼마나 갔을까? 방한복을 입으라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한겨울 보초병처럼 두툼한 방한복을 입고 나자 남극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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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볼 수 있을까? 본다면 얼마나 큰 고래를 볼 수 있을까? 영화 <<파이 이야기>>에서 나왔던 거대한 고래를 볼 수 있을까? 너무 오버인가? 그렇다면 얼마나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까? 50미터? 20미터? 아니다. 냉정해지자. 지금은 고래투어 철이 아니다. 더불어 여행사 직원은 티켓을 살 때 고래를 100% 볼 수 있다는 것을 보장할 수 없다고 하면서 슬그머니 자신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 어쨌거나 수면 위로 올라온 고래를 본다면, 10cm라도 좋으니 살짝이라도 점프하는 광경을 본다면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텐데...그러나 고래는 없었다. 1시간 넘게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렸지만 고래가 나타났다는 방송은 들리지 않았다. 우리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은 바다에 희망을 빠뜨린 것처럼 멍하니 바다만 바라봤다. 배를 탄지 2시간 째. 이제는 고래는 커녕 작은 물고기라도 아니 물고기 비늘만이라도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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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렵이었다. 난 고래가 바다를 멋지게 헤엄치는 모습 대신 여기저기서 하얀 봉투를 들고 토하는 사람들을 봤다. 왼쪽에서는 일본인 커플이, 오른쪽에서는 미국인 커플이, 배 뒤쪽에서는 젊은 유럽 남자가 하얀 봉투를 들고 장단을 맞추듯 오리처럼 ‘꽥꽥’ 거리며 토하고 있었다. 분명 고래투어를 보러 왔는데 그것도 자그마치 개인당 7만 원씩 내고 왔는데 눈 앞에서 다국적으로 토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삐져 나왔다. 동시에 한국 떠나기 전에 갔던 거제도-바람의 언덕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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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거제도 여행 중이었다. 저구항을 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승객은 우리와 20대 중반 커플뿐. 버스기사는 굽이굽이 이어진 도로에 복수라도 하듯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정말 느닷없이 우리 뒷자리에서 퍽! 하고 물 봉지 터지는 소리가 났다. 뭐지? 설마? 제발! 하며 뒤를 돌아봤는데 다시 한번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파도가 벽에 부딪치 듯 철퍼덕, 쏴아~하는 소리가 들렸다. 범인은 커플의 남자였다. 그는 제가 일부로 그런 게 아니에요. 그런데 왜 이렇게 계속 토가 나오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미치겠다고요! 와 같은 놀란 눈빛을 하고 최선을 다해 토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쓰나미급 냄새가 우리와 운전기사를 덮쳤다.


난 허둥대며 앞자리에서 봉투를 뜯어 그 남자에게 다가가 봉지를 건넸다. 그의 얼굴은 세상 포기한 표정을 하고 돌처럼 굳어 있었고 그 옆에 앉아있던 여자 친구는 이미 멘탈이 산산이 부서졌는지 거의 울기 적진이었으며 하얀 토사물 안에는 수많은 고동들이 초콜릿처럼 촘촘하게 박혀있었다. 나도 모르게 윽! 하고 신물이 올라왔다. 버스는 바람의 언덕 코 앞에서 잠시 정차했다. 운전기사는 담배를 꺼내 물며 냄새가 많이 날 텐데... 2년 만이네. 토하는 거 본 게... 하며 담배 연기를 뿜어냈고 그의 여자 친구는 바닥에 폭탄처럼 터져 있는 토사물을 아무 말 없이 닦아내고 또 닦아내고 있었다.


이건 고래투어가 아니라 ‘토 투어’잖아! 토 투어! 고집을 피우지 말았어야 했는데... 달빅에서 고래투어를 포기했을 때 깨끗하게 포기했어야 했는데... 아내의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고래 투어는 봄, 여름이 성수기인데 왜 굳이 겨울에 보겠다고 이런 난리를 쳤을까? 모든 일은 내 고집 때문에 발생된 일이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내가 참 바보 같고 미련해 보여서.


그 후 돌아가는 내내 다국적 사람들이 토하는 모습을 봐야 했다. 나중에 일본인 커플은 더 이상 토할 기력도 없었는지 자리에 누워 육지로 올라온 물고기처럼 간혈적으로 파닥거렸다. 육지에 도착하기 직전, 파도가 심해 거제도 그 남자처럼 순간적으로 왈칵 토를 뿜어낼 뻔했지만 어금니를 깨물며, 입안에 모여있는 신침을 꿀꺽꿀꺽 삼켜가며 가까스로 버텼다. 지금 토하면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을 것 같았기에...


고래투어 직원들은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했는지 2년 안에 오면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는 티켓을 나눠졌다. 난 그 티켓을 받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혹시 겨울에, 그것도 아이슬란드에서 고래투어를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신중하길 바란다. 그리고 웬만하면 가급적이면 여자가 하는 말을 듣길 바란다. 그게 현명한 거다. 그렇지 않으면 다국적 사람들이 정신없이 토하는 아비 규한을 보게 될 것이다. Do you wanna play a g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