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미 Sep 05. 2023

그놈에 포인트가 뭐라고

앱테크 잠시 휴식


토스 '만보기' (좌) / 컬리 '마이컬리팜' (우)


요즘 나는 '토스'와 '컬리'에 빠져 사는 중이다. 정확히 말하면 토스의 '만보기' 그리고 컬리의 '마이컬리팜'에 빠져 살고 있다. 


토스 '만보기'에 빠진 건 집에서 회사까지 걸어 다니면서부터다. 혜택 탭 중간에 있는 만보기엔 1000걸음, 5000걸음, 10000걸음마다 일정 포인트를 주고 토스가 지정한 장소를 방문하면 하루 5번, 20포인트씩 총 100포인트를 추가로 얻는 기능이 있다. 운이 좋게도 집-회사 가는 길목마다 지정 장소가 인접해 있어서 일주일에 5일은 100포인트씩 얻을 수 있다. 이렇게 쌓은 토스 포인트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으로 바꿔먹을 수 있으니 괜히 돈을 버는 것 같고 알뜰한 사람이 된 느낌이다.


컬리의 '마이컬리팜'은 올웨이즈의 '올팜'보다 소비욕구를 조장하지 않는다는 면이 마음에 들었다. 8월 2일에 시작하여 어제까지 약 한 달 동안 양파만 집중 공략한 결과, 양파 900g 쿠폰으로 바꿀 수 있는 개수를 채웠다. 매우 뿌듯해하며 다음 작물은 방울토마토로 정하고 열심히 키우는 중이다. 12월 31일까지 쿠폰으로 교환할 수 있으니 그전까지 열심히 모아서 다른 상품 구입할 때 써볼 계획이다. '역시 나는 알뜰해'란 생각으로 꽤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오늘 출근길에 갑자기 알 수 없는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토스 '만보기'에서 주변 장소 방문하기 포인트를 얻으려면 해당 장소를 방문하기 조금 전부터 앱을 켜고 장소를 선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걷다가 잠시 멈추거나 앱을 켜기 위해 걷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회사까지 집중해서 걷는다면 35분~40분이 걸릴 거리를 45분~50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걷게 된다. 10분이란 시간을 100원 정도의 가치와 바꾼 거다. 게다가 걸으면서 켜지는 생각 스위치를 껐다 켰다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갑자기 다 귀찮아진다. 알뜰한 게 아니라 미련하단 생각이 든다.


컬리의 '마이컬리팜'은 화분 하나에 작물 한 개를 심을 수 있고 총 3번의 물을 주고 10분을 기다려야 수확이 가능하다. 물은 12개가 Max고 30분에 한 개씩 채워진다. 대체적으로 작물을 수확하거나 물을 줄 때 들어가서 해당 작업만 하고 나오지만 '마이컬리팜' 진입 경로가 메인에 있는 메뉴를 통해 갈 수 있어서 어쨌든 컬리 메인을 보게 된다. 푸시를 통해 들어가도 팜을 닫지 않고 앱을 끄면 오류 메시지가 떠서 창을 닫아줘야 한다. 그러면 또 컬리 메인을 보게 된다. 메인에 있는 상품 중에 관심 있었거나 사야 했던 물건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게 된다. 그 과정으로 결제한 주문이 3건 정도 된다. 물론 필요해서 구입한 것들이고 산 먹거리는 아이들과 맛있게 잘 먹었거나 먹을 예정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일련의 과정 속에 구부정하게 폰을 들고 집중하는 내가 떠올라서 짜증이 훅 났다. 올팜보다 이게 더 낫다는 생각이 쏙 들어갔다. 주야장천 핸드폰을 잡고 있는 내 모습이 한심스럽다. 


아, 오늘 아침부터 올라오는 꼬깃꼬깃한 짜증의 원인을 찾은 결과가 바로 이것들이었나???!!!!

잠시 휴식을 해야 할 타이밍인가 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위한 라면 한 그릇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