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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Mar 24. 2022

꼴페미의 바디프로필 도전기 (1)

(2021년 초에 썼던 글 옮겨두기입니다)


"아니~~ 여~~~자가 60kg도 아니고 70kg를 넘다니~~~!"

ㅋㅋㅋ그게 바로 나야나 나야나~~


재작년 봄부터 밤마다 먹어제낀 습관이 작년 여름 피크를 찍었다. 내 키는 170cm이고 여기에 70kg이 넘어가면 나는 활동성이 무척 떨어진다. ('내가' 그렇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남들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늘 꾸준히 해왔던 운동을 지속하기가 부대낄 정도로 몸이 무겁다고 느꼈다. 오직 밀가루로만 가득 채워진 몸이었기 때문이지 후후후 짜파게티 좋아... 비빔국수 사랑해...

2020년 가을, PT쌤과 나의 몸. 어째선지 같이 다이어트해야 하는 상태ㅋㅋ 체지방률이 높고 자세가 굽었다, 과신전으로 요통도 있고, 순환이 잘 안 돼서 하체가 붓는 체질이기도.



65kg일 때도 67kg일 때도, 그러다 69kg가 됐을 때도 "엌 이제 진짜 빼야지!" 입으로만 떠들었고 굳어진 습관은 힘이 셌으므로, 조치가 필요했다. 바디프로필을 찍자!

"3개월은 너무 짧은데요 회원님, 넉달은 있어야 해요."

쌤이 걱정하셨지만 근육뽱뽱으로 찍겠다는 목표를 잡은 게 아니라 10kg쯤 감량하겠단 목표의 '수단'으로 프로필을 고른 거라 괜찮았다. 초반엔 먹는 걸 훅 줄였는데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짜게 먹지 말고 밀가루, 술만 먹지 말자고 점차 다짐을 간소화했는데 그것도 간간이 어기는 맛이 쏠쏠했다. 엄마 집 갔는데 라볶이에 골뱅이무침 해주시면 먹어야지! 친구가 지삼선이랑 칠리새우 사주면 연태도 마셔야지!ㅋㅋ


어쨌거나 2초마다 차오르는 면식욕을 참고, 주3회 하던 운동을 주7회 하니까 3개월 사이 10kg가 빠지긴 했다. 그렇게 이제야 세간이 말하는 내 키의 표준몸무게가 됨ㅎ,, 그런데 살이 빠지면 좋아야 하는데 마냥 그렇지만은 않았다. 왜냐!






감량이 보이기 시작할 땐 엄청 신났다. 근육도 괜히 더 잘 보이는 거 같고, 달릴 때도 한결 가뿐했다. 쌤이 아랫배, 삼두, 뒷구리 쪽 두께가 얇아지는 걸로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러했다. 작아져서 못 입었던 바지들이 이젠 커져서 못 입게 되는 게 기분 째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량속도는 자연히 더뎌지기 마련인데, 그때부터 묘한 감정을 느꼈다. 전보다 몸을 더 미워하고 있었다. 예전보다 가늘어진 팔뚝이 분명한데 '아, 여기랑 여기 지방 너무 많아, 안 예뻐.' 하는 식. 근육 감소하더라도 초반에 빨리 빼놓자 생각했으니 어느 정도 살처짐은 당연하게 오는 건데, 그게 또 노여운 거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소할 수 있는 건데도.


얻은 건강함은 생각 않고, 몸 일부를 계속 조각내어 버려야 할 것들로 밉게 바라보게 되는 묘한 감정을 경험했다.

원체 잘 안 빠지는 하체살이 요지부동인 것도 불만이었고, '프로필 찍으려면 다른 건 몰라도 복근은 선명하게 나와줘야 되는데' 뱃살은 그렇게 금방 빠지는 애가 아니니 부아가 났다. 예전엔 그냥 두툼한 몸 전체를 대충 뭉뚱그려 못마땅해했다면, 이젠 작은 단위로 쪼개어 못나게 보고 있었다. 학생들에겐 그렇게 자기 몸 예뻐해 주자고 해놓고 말야. 몸에 관해서만큼은 도저히 스스로를 관대하게 보지 못했던 오랜 습관이 다시 튀어나온 것. 큰일 났거든, 한 달 밖에 안 남았는데 #바디프로필 검색하면 나오는 몸들은 전부 체지방 10% 내외의 조각들인걸. (수단에 불과하다더니?!) 머릿속에 완성된 몸이 그려져 있으니 내 몸은 밀린 숙제같이 느껴졌다.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아서 보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근육을 어떻게든 도드라져보이게 찍겠다고 용을 썼다ㅋㅋ



쨈의 개간지 근육뿜뿜이란 이런 데피니션을 말한다.            사진 협찬: 쨈


10월엔 오~ hoxy 나도 우리 쨈처럼 근육뿜뿜 개간지 사진을~? 하고 꿈에 부풀었다. 허나 11월 어깨부상에 이어 12월에 헬스장 폐쇄로 물거품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목표를 하향조정했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촬영 당일엔 그날까지만큼의 성실함을 찍는 거라고.

근데 그러면서 비로소 '보여줄 몸'이 아니라 '건강해지는 몸'으로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 '완성된 몸'이 아니면 의미 없는 것 같았는데, "ㅈ까 난 어제도 오늘도 완성이다, 이보다 어떻게 더 훌륭해!" 이런 마음을 먹게 됐다. 몸에 좋은 영양소 채워서 위에 부담 안 가게 먹고 맨날 운동한 지 3개월인데 몸이 어떻게 안 훌륭해 이정도면 됐지!





그런데 여전히 난관이 남아있었으니,,,

그건 다음 시간에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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