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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운 Mar 24. 2022

꼴페미의 바디프로필 도전기(3)

더 정확히 말하면 도전 이후에 관하여 :)

몸은 정직하다는 말은 역시 진리였다. 덜 먹으면 빠지고, 방심해서 먹으면 다시 붓고, 단백질을 잘 챙기면 근육량이 늘고, 등을 조지면 자세가 펴지고, 밀가루를 줄이면 여드름도 줄고... 입력하면서 기대했던 출력에 오차가 거의 없다. 결자해지라 했다. 먹은 만큼 운동하고, 운동해서 에너지 쓴 만큼 보충해주면 된다. 익숙지 않으니 쉬운 건 아니었지만, 나만 잘하면 되는 일이라는 게 별로 없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그 더없는 간결함이 좋았다. 우직한 친구가 주는 안정감과 비슷했다. 하면, 됐고 안 하면, 안 됐다. 그러니 걍 하면 되는 거! 

단-순.


그걸 체감하고 나니까, 내 몸이 맘에 들었다. 몸이랑 화해한 거 같다고 해야 하나, 몸이랑 협력하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원하는 몸의 생김과 기능이 현재의 몸과 다르니 늘 불화하는 상태였다가, 처음으로 짝짜꿍을 맞추어가는 기분이 신선했다. 먹는 걸 줄여볼까? 그랭! 운동량을 늘려볼까? 끄랭!ㅋㅋ 

굳이 인바디를 찍지 않아도 그래프가 달라지는 중인 걸 감각하게 되는데, 아 거 참 재밌데.


게다가 덜 피곤했다. 운동과 건강한 식사, 절주가 루틴이 되니까 가뿐함이 훅 느껴지는 게 근사했다.

이 글 쓴 날 + 두달 전 루틴 더 잘 지키던 시절!

(2021년) 1월 18일에 프로필 찍고 두 달간 아무것도 참지 않아봤다. 원없이 먹고 늘어졌다. 그제 파전 먹고 어제 비빔면 먹었으니 오늘은 짬뽕 먹자(?) 어젠 와인 마셨으니 오늘은 막걸리다(?) 그런 식이었다. 그러면서 당연히 팔뚝, 옆구리, 아랫배, 허벅지에 살이 올라붙는데 그게 예전처럼 밉지 않다. 굳이 따지자면 ‘아 몸이 정직하게 반응하는 중이구나’ 정도의 건조한 소감. 그리고 이제 살이 아니라 근육도 같이 보아준다. 식단은 안 해도 운동은 꾸준히 했다, 즉 건강하다는 증거를 보면서 여전히 즐겁다.

두 달을 내리 마치 시험 끝난 날처럼 보낸 거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적당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면서 지내보아야겠다!






+ 바프 준비하면서 깨달은 것 몇 가지.


1. 안 되는 게 어딨어

마스크 쓰고 어떻게 운동해~! 절대 못해! 그랬었는데 

-이젠 마스크 쓰고 트레드밀 15로 달리기 파워가능...

헬스장 폐쇄, 망했다 난 홈트 절대 못해! 그랬는데 

-이제 홈트 두 시간도 하자너?

추워서 겨울에 러닝 어찌해! 했던 것도 옛말, 비오는데 어떡해ㅠㅠ? 

-응~ 계단 타면 됨ㅎㅎ


돌파해보면 다 별 거 아닌데 나 평소에 얼마나 자주 웅크리고 살고 있을까 생각했다. 돌파해가며 살자.


2. 보정본보다 원본

솔직히 말하자면,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했던 바디프로필 사진 내가 재보정한 거다? 피부톤도 좀 낮추고, 몸통도 다시 좀더 부풀렸음. 그때 한 생각들을 적었던 에세이 일부를 옮겨둔다.

‘기골이 장대한 게 내 가장 큰 특징인데, 사진 속 몸은 차라리 여리여리하다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였다. 이렇게까지 다른 모습이라면 이 사진을 ‘자랑’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나는 어디에 있을까.(...) 그렇게 올린 보정본을 친구들이 예쁘다고 해주었다. 물론 절반쯤 반갑고 기뻤는데, 어쩐지 부아가 나서 원본-보정본 붙여 비교하는 짤을 다시 한 번 올렸다. 까발리고 싶은 게 내 모습이었는지, 오랫동안 실제 모습을 아쉬워하며 보정을 일삼아 왔던 내 마음이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묘하게도 그 이후 사진 속 내 생김에 좀더 너그러워졌다. 턱이 좀 비대칭이어도, 뱃살이 좀 비어져나온 옆모습이라도, 햇살 받은 피부가 좀 누런 웜톤이어도, 쌍수를 했는데도 여전히 작고 짝짝이인 눈이라도. 나는 비로소, 여기에 있다. 일엔 더 엄격하게, 생김엔 더 너그럽게! 올해의 마음가짐이다�. 늘 보정본이고 싶었던 연약한 마음이, 심한 보정본을 만나 좀더 원본으로 살고자 하는 뻔뻔한 맘으로 바뀌다니, 과연 과유불급의 미학이 아니라 할 수 없다?’


3.바브밸 : 바디 브레인 밸런스

이것에 관해서는 #트레바리 독후감 일부를 옮겨둔다.

‘머리로 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은 찬미하면서,
몸을 탐구하는 일에 몰두하는 건 은근슬쩍 경시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하고.’

그런데 바디프로필 준비하는 100일 내내, 몸 생각 너무 많이 해서 당분간 안 해도 될 것 같다. 





여기까지가 모두 1년 전(2021년 초) 이고, 1년이 지난 후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생각들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역시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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