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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phany Jul 02. 2023

만약 내가 영화제의 심사위원이 된다면?

훌륭한 시나리오/희곡은 무엇인가

소설을 읽거나 영화, 드라마를 보고 난 뒤 인생에서 지금이라도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이야!라고 느낄 만큼 큰 감명을 받을 때도 있는 반면,  어떨 때는 ‘아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했더라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감흥이 덜한 경우가 있다. 이러한 평가는 대세가 있기는 하지만, 가끔은 가까운 사람이라도 작품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를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럴 때면 굳이 누구의 평가가 더 옳은 가를 따지기보다는 개인 취향에서 차이가 생겼다고 생각하고 넘기곤 한다.


다만 그렇게 대화가 종료되면 과연  훌륭한 작품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만약 내가 영화제의 심사위원이 된다면? 과연 수많은 작품 중 어떤 기준으로 훌륭한 작품을 골라낼 것인가 하고 (항상 그렇듯) 아무도 시키지 않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대상은 가급적 좁고 명확한 것이 좋을 것 같아 ‘시나리오’ 외에 외부 요소인 연출, 배우의 연기력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훌륭한 시나리오/희곡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첫 번째. <인물>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다. 작가가 인물을 창조하는 과정은 굉장히 넓고 동시에 심연해야 하는데, ‘너비’의 구성하는 요소 - 인물의 출신 배경, 직업, 사람들과의 관계도를 넘어 ‘깊이’를 구성하는 요소 - 인물의 성장 과정에서 있었을 고민, 결핍, 상처, 자신감, 콤플렉스 등이 어떻게 인물에 의식/무의식적으로 녹아들어 그/그녀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간혹 스토리를 전개시키기 위해 해당 인물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게끔 설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관객/독자는 그 억지스러운 설정에 몰입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처럼 개연성은 좋은 작품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자면 작가는 인물을 입체적으로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지루할 만큼 일관적인 모습으로 살아가지만, 또 한편으로는 놀랍도록 다양한 면을 내면에 안고 살아간다. 인물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이러한 부분 또한 이질감 없이 보여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메시지라 하면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다. i)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미쳐 놓치고 있던 부분 혹은 이면에 숨겨져 있었던 부분’을 보여주던지 아니면 ii) ‘그동안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상의 어떤 새로운 부분’을 알게 해 주던지. 그런 면에서 이 항목은 창의성/독창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생산된 메시지를 어떠한 변형 없이 반복 재생산해 보여준다면 그것은 시간 때우는 용도로는 적합할 수 있지만 가치가 높다고 보기 힘들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의미의 <확장 가능성>이다. 작가가 전달하는 메시지가 영화/드라마를 넘어 우리의 삶으로까지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때. 그래서 그것이 극이 종료된 후에 관객은 어떠한 형태로든 그전과는 다른 관점 - 마치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렌즈를 하나 더 얻게 된 기분을 얻을 수 있을 때 그것이 훌륭한 작품이라고 본다. 물론 이것은 감독과 관객의 상호작용이겠지만.


너무나 개인적인 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을 정리해 보았다. 기준이 있어야 평가라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한 번은 정리해보고 싶은 내용이었다. 이것은 지금까지의 생각으로, 앞으로는 또 어떠한 기준이 새롭게 추가될지 궁금하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나열하자면 픽사의 <인사이드 아웃>,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 우디 앨런의 <미드나잇 인 파리>, 감독 이름이 생각 안 나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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