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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phany Jul 04. 2023

나는 쿨할 줄 알았는데

악플을 마주하는 법

부족한 글솜씨로 그동안 브런치에 많지도 않은 포스팅을 해왔는 데, 며칠 전 처음으로 내가 쓴 글에 부정적인 댓글이 달려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요즘처럼 댓글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는 때 글이든 사진이든 다수에게 공개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한 평가도 달게 받겠다는 마음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부정적 평가를 직접 마주하니 적잖이 당황한 것이 사실이었다.


댓글을 읽은 후 나의 첫 반응은 조금 놀라 심장이 쿵쾅거렸고, 이후 바로 든 생각은 ‘다른 사람이 이걸 보기 전에 빨리 이 글을 숨겨버려야겠다’였다. 옳고 그름을 떠나 타인에게 안 좋은 평가를 받은 사실이 창피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마치 결함이 있는 상품을 처리하듯 황급히 글을 내렸다.


마음이 좀 편안해지니 다른 관점에서 이 일을 바라보게 되었는 데, 이유는 아래와 같다. 이후 나는 다시 그 글을 공개로 전환해 두었다.


첫 번째. 그의 말에 나 또한 어느 정도 수긍한다는 사실이었다. 과격한 말투 때문에 조금 놀란 것을 사실이었지만, 읽어보면 나도 생각했던 부분이지만 중요도에서 밀려 미처 언급하지 않고 넘어간 부분을 꼬집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지적하는 비판에 동의했다. 이와 동시에 든 생각은


나 또한 보이는 것을 전부로 타인을 판단하고 살아가고 있겠구나. 다른 이의 마음까지 헤아릴 수 없는 바, 그 순간과 그 상황에서 표현한 말이 그/그녀가 하는 생각의 전부라고 여기고 있었겠구나. 그것 말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무지한 사람인 것처럼 여겼겠구나.‘
사실은 아닐 수도 있는데 말이다.

쉽게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그리고 다시금 깨달았다.


두 번째. 개인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쉽게 낼 수 있는 의견은 Politically correct (정치적으로 바른)한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동의하는 생각. 하지만 달리 보면 그건 이미 상식으로 받아들여져 다시 말할 필요가 없거나, 아니면 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 중립이라는 단어에 숨어 오히려 사고를 진전시키는 것을 방해할 수 있는 것. 그런 점에서 나는 앞으로도 자유로운 내 생각을 적어가야지. 그것이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세 번째. 그리고 마지막은 항상 다름을 받아들이는 유연한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다짐.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결을 같이 하는 사람들을 주위에 두고 살아간다. 이를 통해 안정감과 예측가능성을 얻을 수는 있지만, 필연적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다양한 측면은 놓치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긴 시간이 지나 굳어지면 우리는 어느새 보지도 듣지도 않고 채널을 돌리고, 특정 서적을 배척하며, 그/그녀의 말은 듣지도 않은 채 나와 다른 것들에 무조건 날을 세우기에만 바빠진다.


나만의 사고를 하고 글을 쓰되, 다양한 각도에서 점검해 보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는데 더더더욱 주저함이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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