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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piphany Apr 07. 2024

똑똑함의 기준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말하는 똑똑한 사람

사람들이 누군가를 똑똑하다고 판단하는 기준이 궁금해졌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종종 ‘걔는 되게 똑똑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데, 이는 말하는 자와 듣는 자가 동일한 ‘똑똑함’의 기준을 공유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하는 말이지만 ‘과연 그럴 까?’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 빵집의 빵은 가격이 비싸’라고 하면 너와 내가 인지하고 있는 빵의 평균 가격 <기준>에 대한 이해가 비슷하고, 이 빵은 그것보다 비싸기 때문에 너도 나도 이 가격을 비싸게 인식할 것이라는 암묵적 동의가 깔려있다. 하지만 똑똑함에 대한 기준은 상대와 내가 동일하게 혹은 비슷한 수준으로 갖고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내가 과연 누군가가 똑똑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는 한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도 들었다.


먼저 흔히 사람들이 암묵적으로 가정하는 똑똑함의 기준은 아래 정도 일 것이다.


1. IQ가 높은 사람 - 우리는 흔히 ‘멘사 회원’이라고 하면 묻고 따지지 않고 ‘똑똑한 사람’이라고 인정해 주는 데 망설임이 없다.

2. 어떠한 종류의 표준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사람 - 대학입학시험/자격증 시험 등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자격증 획득을 한 사람

3. IQ나 시험이 아니더라도 무언가의 성취를 한 사람 - 회사 내에서 좋은 평가로 승진을 하거나 본인 사업을 성공시킨 사람


내가 생각하는 똑똑함의 기준은 아래와 같다.


1)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2) 다른 생각 혹은 새로운 정보를 유연하게 받아들여 처리하며,

3)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먼저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으면 어떤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고 결론에 도달하는 것이 어렵다. 과정이 없는 결론을 내게 된다면 사고 과정의 오류를 파악하기 어렵다. 대신 본인이 내린 결론에만 매몰되어 다른 결론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는 데, 그 이유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해야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본인의 생각을 강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든 영역에서 남들보다 모두 뛰어난 정보와 경험을 갖고 있기 어려운데,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논리를 전개해 나갈 때 어떤 부분은 조금 부족한 정보를 갖고 출발하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그 부분에 있어서는 더 우월한 정보, 최신의 정보를 반영하고 자신의 논리를 보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어디서나 중요하겠지만, 특히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는 현대 사회에서는 더욱더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 아는 것이 많아도,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도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비로소 가치가 있게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 능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이 정도로 글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생각이 전개되다가 삐죽 튀어나온 생각 하나. 과연 우리가 똑똑함의 영역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여부. 결국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행위 자체가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에 대한 칭찬 격인데, 과연 똑똑하지 않은 사람이 똑똑한 사람의 똑똑함을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왜냐면 누군가보다 똑똑하다는 것, 뛰어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고 생각하지 못한 면을 미뤄 볼 수 있는 것인데, 똑똑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것은 미지의 영역 인으로 정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수학선생님이 초등학생이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을 보고 ‘이 나이에 비해 이 정도의 수리적 사고를 하는 것은 참 똑똑하다’라고 칭찬해 줄 수는 있지만, 그 선생님이 노벨 수학상을 탄 학자에게 ‘그 학자가 그 이론을 낸 것을 보니 참 똑똑해’라고 과연 말할 수 있을 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알쓸신잡에서 크리스토퍼 놀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해 무릎을 탁 친 적이 있는 데, 그는  천재들의 생각을 본인이 헤아려 이해하고 영화로 온전히 그려낸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왜냐면 그 부분은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을 포함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부분이 정말 난 공감이 되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누군가가 똑똑하다는 말을 너무 자주 하는 사람들을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왜냐면 본인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데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본인이 아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적 능력을 구성하는 가장 근본이라고 생각한다.) ^^ 대신 (모순적이지만) 나는 이를 칭찬으로 많이 쓰긴 한다. 일상에서 센스 있게 행동하거나 내가 미쳐 놓친 부분을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면 ‘너 참 똑똑하구나’라고 말한다. 물론 여기서의 똑똑함의 뉘앙스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말이다.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면 뭐 10번이고 말해줄 수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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