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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DITOR Jan 07. 2020

[2019.1] 한번 해 보겠습니다

What We're Reading #177

2019년 1월 첫 주, 잘 보내고 계신가요? 매년 12월 31일에서 다음 해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에는 묘한 기분이 듭니다.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하루가 지나갈 뿐인데, 완전히 새로운 페이지가 열리는 느낌이 들어서일까요.


실은 2018년 마지막 이틀간 휴가를 내면서 홀로 야심 찬 계획을 세웠습니다. 하나는 2018년의 요모조모를 꼼꼼하게 회고하며 미뤄둔 방 정리와 청소를 끝내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2019년 계획을 키워드(예를 들면 가족, 일, 스터디, 취미, 친구 등)별로 나누어 촘촘히 세우는 것이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만족스럽게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불쑥 방문한 감기몸살 손님이 며칠 눌러앉은 탓이었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침대에 누워 얼굴만 빼꼼 내밀고 있다가 1월 1일이 되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습니다. 이대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출근했다가는 한 해를 어물쩍 보내버릴 것 같은 이상한 예감에 휘감겨 마스크를 쓰고 방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손을 대야 하는 부분에서 반드시 버려야 하는 것 추리기'를 끝낸 후, 기세를 몰아 2019년 계획 세우기에도 돌입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짧은 시곗바늘은 숫자 11을 향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었고, 제 마음은 최대한 단순하게 계획을 세우자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다행히 2018년을 마무리하며 팀 동료들과 함께 회고했던 시간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동료들이 준비해 온 보물 같은 질문들에 답하며 저조차 몰랐던 제 안의 생각을 돌아본 기억을 떠올렸거든요. 덕분에 제게 있어 2019년은 '지속 가능함을 위한 발판'을 다지는 시간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났고, 이를 위한 일상의 루틴을 어떻게 만들지 작은 시도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작심삼일(마침 오늘이 삼일째…)이 될지도 모르는 저의 시도 세 가지입니다.


오전 30분은 일과 관련된 읽기를 하고, 자기 전 30분은 내 안의 질문을 키우는 읽기를 한다.

하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 혹은 감정에 대해 짧게 쓴다. 매주 일요일에는 그 주의 일기들을 다시 보고 느낀 점을 적는다.

정기적으로 운동하는 시간을 우선순위로 잡는다.


때마침, 이번 주 저의 오전을 열어주는 책에서 이런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창조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한두 가지 만들어서는 안 된다. (중략) 일은 '점(點)'이 아니라 '선(線)'이다. 집중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창조적인 작업을 끊임없이 해낼 수 있느냐 없느냐.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중략) 구체적으로 말하면 프로로서 일류이냐 이류이냐의 차이는 자신의 역량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나는 매일 감동을 만나고 싶다: 히사이시 조가 말하는 창조성의 비밀>, 21p


이 뉴스레터를 읽고 계신 분들은 2019년 어떤 크고 작은 계획들을 세우셨을지 궁금하네요. 부디 다음번 뉴스레터 순서가 돌아올 때까지 저도 여러분도 각자의 시도를 이어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계획은 조금 바꿔도 괜찮...겠죠?) 우리가 각자의 자리에서 내딛는 한 발이 지속 가능한 내일을 위한 오늘의 발자국으로 남기를 바라고 또 원하면서요. 새해 복 가득 받으세요!


2019년 1월 4일 새해 첫 금요일

올해 역시 늘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싶은 박혜강 드림




PUBLY 팀이 보고 읽은 이번 주 콘텐츠


• [삶도] 연세대를 자퇴했다, 장애동생과 산다, 영화로 찍었다 읽어보기

-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장혜영의 삶을 지켜온 삶의 도는 무엇인가요?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내가 납득할 답을 얻기 전에는 계속 질문인 상태로 남겨두는 거죠. 각자 삶을 살아내는 방법이 있을 테니까. 그 각자 삶의 답이 다르다고 생각하면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아나가면 되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조급하지가 않아요."


= 혜강: 유튜브 '생각 많은 둘째 언니' 채널을 운영하는 장혜영 님의 한국일보 인터뷰 기사입니다. 2017년 다른 매체에서 나온 인터뷰를 인상 깊게 봤는데, 이번에는 조금 더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가 진솔하게 나와서 흥미로웠습니다. 한편으로는 인터뷰를 쫀쫀하게(?) 만들어주는 요소가 무엇일지 생각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들이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기를(장혜영 씨가 직접 만든 곡의 제목이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라서) 바라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습니다.


• 그들의 애도가 곧 길이다 읽어보기

그녀는 그러한 증오 앞에서 말하는 것이다. 그를 증오하지 말라고, 오히려 이를 통해 누군가를 보호하고, 지키며, 치료할 방법을 더 고민해달라고 말한다. 나는 이보다 더 숭고하며, 정확하고, 슬픈 애도에 관해 알지 못한다. 나에게 누군가가 그러한 입장에서, 그런 식으로 애도를 할 수 있을 것 같으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못할 것 같다. 나의 절망, 나의 분노, 나의 괴로움이 먼저일 것이다. 세상을 떠난 이의 진정한 마음, 그가 이루고자 했던 것, 그가 이어가고자 했던 발걸음 보다는 나의 감정이 우선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정확하게 보고, 정확하게 말한다. 증오로 함몰되지 말고, 더 큰 것을 지켜달라고, 더 중요한 것을 고민해달라고 말한다.

(중략) 그녀는 분노하는 것이다. 분노는 증오와 결이 다르다. 분노는 증오와 차원이 다른 것이다. 증오가 병적으로 적을 찾아다니며, 그 적이라는 대상에 집착하며 쾌락에 중독되는 것이라면, 분노는 정확하게 문제의 본질을 겨냥하는 것이다. 분노는 그 겨냥을 통하여, 온당한 것, 옳은 것, 정당한 것이 이 부조리한 현실에 내려앉아야 한다는 요구다.


= 혜강: 이번 주에 제가 읽은 모든 것 중, 가장 큰 울림을 건네준 글입니다. <분노사회>, <고전에 기대는 시간> 등을 쓴 정지우 작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인데요. "숭고한 두 여성을 본다"라는 서두로 시작되는 글은 사회적으로 이목을 끄는 사건 한가운데 있는 두 여성의 외침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들의 애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또 부끄러워졌습니다. 그 애도가 길이 되어 또 다른 누군가의 희망이 될 것을 믿고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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