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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Dec 19. 2021

자유부인의 주말

30대에 웹소설에 빠지게 될 줄이야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을 업으로 삼다 보면 가끔씩 그곳에 너무 매몰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환기하지 않은 방에 갇혀 있는 것처럼 내가 나만의 세계에 잔뜩 갇히는 느낌. 그래서 주말에는 완전히 오감을 새롭게 할 것에 눈을 돌리곤 하는데- 그것은 여행이 될 때도 있고, 자연에서 숨을 한껏 들이쉬는 시간이 될 때도 있다. 때론 마사지나 목욕 역시 훌륭한 대안이 된다. 그런데 한동안 내가 푹 빠졌던 것은, 이런 것들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웹툰과 웹소설의 세계. 웹툰은 그렇다 쳐도, 세상에, 30대가 되어서 웹소설의 짜릿한 로맨스에 빠지게 될 줄이야. 처음엔 제목부터 피식 웃음이 나지만 어이없게도 엄청나게 몰입해 있는 나를 발견한다. 쿠키 결제 내역에 웃음이 난다. 그래도, 맛있는 커피와 간식과 함께라면 이것이 극락이다.






주말에 아주 완벽한 나만의 세상으로 떠나려면 평일에 열심히 일을 해야 함은 필수이다. 완벽한 몰입을 위해 남편도, 사랑하는 우리 댕댕이도 날 막을 수 없다. 시부모님과 나눌 이야기가 있다면 이 시간 전에 무조건 미리 해놓는다. 로맨스 소설, 웹툰을 읽다가 갑자기 며느리라는 내 위치로 돌아오면 달아오르던 마음이 파사삭 식는다. 누구도 나의 시간을 막을 수 없어! 결제한 쿠키와 캐시로 보는 이 이야기들, 1분 1초가 너무나 소중하다. 중고등학교 때 만화책을 빌리러 가던 설렘이 그대로 느껴진다.





넷플릭스 역시 너무나 재밌다. 개인적으로 몰입해서 본 이야기들은 <브리저튼>과 <에밀리, 파리에 가다>인데 둘 다 관심이 많이 가는 소재들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라 진심으로 몰입해서 즐겁게 보았다. 힐링과 충전, 때론 영감을 위한 휴식이라 잔인한 내용은 보지 않는다. 웹소설은 무료로 몇 편 보다가 난데없이 빠져들어 결제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은근히 넷플릭스보다 더 많은 시간을 들여 보게 되는 웹소설의 세계. 그러니 1분 1초가 소중할 수밖에 없다!










금요일 밤부터 시작되는 결제의 시간. 카카오와 네이버를 넘나들며 다양한 이야기들을 즐겁게 읽어내려간다. 토요일에 침대 위에 아이패드를 펴놓고 본격적인 감상에 들어가면, 그날의 점심과 저녁상은 배달의 민족이 책임진다. 아니 지금 주인공들의 달달한 이야기에 잔뜩 몰입해 있는데, 밥할 시간이 없다고요!


아, 만화방이 너무나도 그리워진다. 정말 12시간도 있을 수 있는데. 편안한 곳에 자리를 잡고 밥이며 커피며 다 주문해 먹고, 졸음이 밀려오면 잠시 자고. (몰입해 있느라 잠이 오진 않지만)



특히 여름부터 가을쯤에, 이런 콘텐츠들에 제대로 미쳐있었던 것 같다. 다시 명작을 찾아보기가 두려워질 정도로, 한 번 보면 집안 살림이고 뭐고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즐거운 이야기들. 고맙게도 남편이 이런 나를 이해해줘서, 주말의 살림은 그의 몫이다. 아니, 맛있는 배달음식에 은근히 신난 것 같기도?


세상엔 참 멋진 창작자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여행도 못 가는 코로나 시국에, 마음을 간질이고 때로는 눈물을 쏟게 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만들어 내시는 그분들께 감사함을 느낀다. 나는 이렇게 주말마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들에 담긴 곳으로 짜릿한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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