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목욕탕 이용기 -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까?>
목욕탕이 너무나도 그리워서 쓰고 그린 글과 그림. 이때의 마음은 지금 몇 배로 부풀어 올라있다. 이러다 빵 터져버리기 전에 무슨 수를 써야 할 것 같다! 화장실에 고이 접혀 있는 이태리타월은 언제쯤 제 역할을 다시 뽐낼 수 있을까. 나도 널 제대로 된 곳에서 제대로 써주고 싶단다.
마음이 우중충한 날, 목욕탕에 가서 신나게 목욕을 하고 나면 묵은 때가 싹 빠지는 기분이 느껴진다.
묵직하고 뜨거운 팬에서 정신없이 볶아지는 야채들처럼, 나도 내 몸을 온갖 탕들과 사우나에서 신나게 지지고 굽고 식혔다 또 쪄준다. 그렇게 한바탕 볶아대고 나면, 무겁게 뭉쳐있던 마음이 개운해진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산더미만 한 오물 덩어리로 뒤덮여 들어온 손님이, 목욕 후 세상 제일 개운한 웃음을 남기고 바람처럼 훨훨 날아간 것처럼.
이태리타월을 바라보면 때를 밀고 싶은 욕구가 용솟음친다. 나는 때 없는 유럽인의 길을 걷긴 그른 듯싶다. 나는 가락국수의 길을 걷는 것이다. 몸에서 가락국수를 뽑고 나서 바디로션을 바르면 매우 따갑지만, 때를 밀 때 시각적으로 개운해지는 그 맛이 좋고, 밀고 난 후 로션을 발라 매끈해진 피부가 좋다.
가락국수를 뽑아내 주는 데는 엄마의 손길이 최고이다. 엄마, 언제쯤 국수를 뽑으러 갈 수 있을까요. 부산 쪽에서 뽑는 국수가 최고던데 말이에요.
가격 대비 최고의 상쾌함을 자랑하는 목욕. 오감을 한껏 끌어올렸다가 차분하게 가라앉혀주어 꿀잠을 자는데도 제격이다. 샤워기 아래에 서서 따뜻한 물을 맞다 보면 목욕탕이 그리워진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올해 연말엔 꼭 목욕탕에서 감식초와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