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열린 36라운드에서 전북이 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제주가 2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수원, 울산, 서울이 승점 1점 차이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 두 경기 남았다. 서울은 강원과 제주를, 수원은 제주와 전북을, 울산은 전북과 강원을 상대해야 한다. 내년 ACL 티켓의 주인공은 결국 마지막 라운드에 가려질 가능성이 높다. 울산, 수원, 서울 세 팀의 경쟁, 한 경기 삐끗하면 순위는 바뀐다. 가장 좋은 흐름은 오히려 5위 서울이 타고 있다. 최근 7경기 무패, 3-0으로 대승한 지난 울산 전에서 서울은 몇 가지 힌트를 찾아냈다.
"상대 골키퍼의 실수로 인해 역습 상황이었다. 적절하게 패스할 곳이 없었다. 템포를 늦추는 것도 의미 없을 것 같았고 앞에 수비가 없어서 슈팅하자고 생각했다. 노리고 시도했는데 골대 구석으로 운이 좋게 들어갔다 “
선제골의 주인공 이명주는 “운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물론 울산 이명재의 킥에 실수가 있었고 그전에 김용대 골키퍼가 고립된 이명재에게 공을 준 것부터 울산에게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서울에게는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터진 골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서울은 상대보다 오래 공을 갖고 있는 것을 선호한다. 최근 울산 전도 전반전에는 57%의 공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시즌 내내 이어지는 고민거리는 공격 루트, 공격 패턴, 공격 조합에 대한 부분이다. 상대가 수비 블록을 갖추고 내려서면 결국 세밀한 접근이 필요한데 이는 전 세계 어느 팀에게나 어려운 미션이다.
말로 하는 것은 쉽다. 이론적으로 접근하면 꽤 그럴싸하게 보이기도 한다. 세밀하고 구체적인 콤비네이션, 크로스 플레이, 공중볼 타깃, 반칙을 유도할 수 있는 과감한 개인 돌파 등. 선수들은 반복된 훈련과 자신의 본능을 통해 경기를 진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격수가 생각하는 옵션을 상대 수비수 역시 생각할 수 있다. 공격과 수비의 대결은 그냥 던지는 가위바위보가 아닌 상대의 수를 예상하고 패를 내는 묵찌빠에 보다 가깝다.
높은 점유율로 상대를 더욱 압박하려면 슈팅이 필요하다. 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하면 그 흐름을 계속 유지할 수 있고 상대의 역습 리듬까지 제어할 수 있다. 축구 하이라이트 영상에 나오는 완벽한 콤비네이션에 의한 골은 실제 경기에서 자주 나오지 않는다.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그 정도의 세밀함을 만들기 위한 노력보다는 오히려 중거리 슛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이 더 쉽다. 서울의 미드필더들은 공을 소유하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반 칸 위에 위치한 공격진들과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 결국 문제는 공이 없을 때의 움직임이다.
서울은 슈팅 능력이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지만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슈팅에 그리 적극적이지 않았다. 상대가 깊게 내려선 상황이라면 사이드 플레이와 빠른 전환 패스를 통해 중앙 지역에서 슈팅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측면에서 풀백이 전진하여 공을 받았는데 마땅히 크로스를 연결할 상황이 아니라면 그 즉시 뒤로 공을 연결하여 중앙 미드필드 포지션에서 슈팅을 시도하거나 반대 전환을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다. 패스의 속도가 빠르고 풀백이 상대 진영으로 깊게 올라간 상태에서의 전환일수록 가운데 공간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풀백이 깊게 전진하면 그만큼 상대 수비 블록도 자신의 골대 쪽으로 끌려 내려가기 때문이다. 올 시즌 지공 상황에서 서울의 좌우 전환 속도는 그리 좋지 않았다. 지공은 인내심을 동반한다. 때로는 모험을 거는 침투 패스가 필요하지만, 차분하고 냉정하게 전환시키며 상대 수비의 몸과 마음을 바쁘게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물론 이명주의 중거리슛은 상대의 빌드업 실수에서 발생했기에 지공에 해당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서울이 보유한 중앙 미드필더들의 슈팅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골이었다. 분명 미드필더들의 중거리슛은 ACL을 향한 훌륭한 옵션이 될 수 있다.
울산 전에서 선제골의 위력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골을 넣는다는 것이 전략적 선택의 폭을 얼마나 다양하게 해주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울산은 더 이상 무게 중심을 후방에 두지 못했고 서울은 전진하는 울산의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다. 코너킥에서 파생된 오스마르의 골, 데얀의 추가골 모두 그렇게 만들어졌다.
이전 글에서 서울에게는 뉴페이스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그 역할을 군에서 돌아온 이웅희가 해주고 있다. 황현수와 이웅희로 이루어진 센터백 조합은 스피드에서 장점을 갖기에 상대의 역습에 잘 대응할 수 있다. 황현수-이웅희는 최근 4경기 연속 함께 출전하며 상주, 전북, 수원, 울산을 상대로 단 2골만 허용했다. 이 둘의 조합은 올 시즌 서울이 시도한 다양한 센터백 조합 중 가장 우수하게 느껴진다.
후반 36분, 박주영이 투입되며 데얀과 함께 전방에 섰다. 황선홍 감독은 작년에도 박주영-데얀-윤일록 스리톱을 활용한 경험이 있다. “미드필드는 상대에게 밀리지 않는다” 는 황선홍 감독의 믿음처럼 서울이 미드필드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면, 스리톱이 아닌 투톱 시스템은 어떨까? 중원에 다양한 카드를 갖고 있는 서울에게 4312 포메이션은 제법 근사한 수트가 될 가능성이 있다. 세계적으로 4312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팀이 흔치 않지만, 이탈리아 세리에 A의 키에보 베로나는 우수한 미드필더와 그 사이의 연결고리, 그리고 투톱을 활용하여 중앙에서 영향력을 극대화시켰다. 그 연결고리는 이상호, 이명주 혹은 박주영 같은 자원들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시즌 선수 구성은 달라지겠지만, 하나의 아이디어는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두 경기 남았다. 최근 7경기 무패로 흐름도 스스로 만들어냈다. 수비도 안정되었고 수원, 울산 전에서 득점에 대한 갈증도 풀어냈다. 남은 두 경기 모두 승리하면 자력으로 ACL 티켓을 따내는 것도 가능하다. 울산, 수원보다 순위는 낮지만 경쟁력은 충분하다. 리그에서는 흐름을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