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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i Jul 11. 2019

스벅 덕후, 직원이 되다

애증의 스타벅스 #2


난 스타벅스 덕후다. 한국에서 살 때,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꼭 스타벅스에 갔다. 많으면 하루에 3번도 갔다.

뜨거운 걸 마실 때는 아메리카노만 마셨고, 차가운 걸 마실 때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간혹 단 것이 땡길 때는 캐러멜 프라푸치노와 그린티 프라푸치노 그리고 아이스 캐러멜 마끼아또도 마셨다.

적지 않은 돈을 스타벅스에 써댔다. 스타벅스의 커피가 진짜 맛있어서 충성고객이 된 게 아니었다.

어느 지점을 가도 정형화된 똑같은 맛과 양이 나를 만족시켰던 거 같다. 친절한 직원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도 좋아서 스타벅스에 대한 실망한 기억이 사실 없는 거 같다.


스타벅스 에스프레소 머신인 Mastrena는 전 세계 스타벅스 모든 매장에서 똑같이 사용되고 있다.


Mastrena는 자동화된 머신으로 버튼을 누르는 동시에 커피빈을 갈아주며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정기적으로 Calibrate만 잘해준다면(청소도 물론) 에스프레소의 맛은 놀랍도록 똑같다.

그래서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 스타벅스를 가든 내가 아는 그 ‘정형화된 똑같은 맛의 커피'를 맛볼 수 있다.


트레이닝 기간 동안 Mastrena사용법부터 시작해서 모든 음료의 레시피, POS 사용방법, 그리고 Drive Thru스테이션에서 일하는 법 등등을 포함해서 외워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것들을 단 3일 만에 끝마쳤다. POS섹션마다 다 사진을 찍어와 집에 와서 암기를 했고 기본 음료의 레시피도 샅샅이 외워갔다.

스타벅스 덕후였던 만큼 수십 가지의 스타벅스 음료들이 나에겐 꽤 익숙했지만 레시피를 외우고 만드는 것이 손에 익숙하게 베개 하는 과정은 정말 고역이었다.


같이 일하는 코 워커들은 나와 매니저를 제외하곤 모두 다 금발의 백인들이었다. 게다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나뿐이었고 가끔 날 대놓고 무시하는 커스터머들도 꽤 있었는데 그것이 날 꽤나 위축시켰다. 자존심이 상했고 자존감은 바닥을 쳤다. 그래도 난 코 워커들에게 피해주기 싫었고 욕먹기는 더더욱 싫어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만두고 싶다. 나 대체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걸까? 자존심 상해"

열심히는 했지만 일하는 내내, 매일매일 생각했다.


3주 정도 지났을까?

코 워커들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낼 만큼의 실력을 갖추었던 거 같다. 물론 아직까진 Barista 로써!


Bar에서 음료를 만들 땐 레시피를 머리로 떠올릴 새도 없이 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며 음료를 만들고 있었다. Drive Thru에서 헤드셋을 끼고 오더를 받을 땐, 마치 전화기의 자동 응답기가 말하는 것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오더를 받는 동시에 Sandwiches와 Pastry products 그리고, brewed cofffe를 재빠르게 가져오고 그 모든 오더를 머릿속으로 기억하며 커스터머와 스몰토크도 하면서(시간을 벌기 위한 하나의 방법) 다시 DT POS자리로 돌아와 재빠르게 오더를 찍는 거 까지 3-4중 멀티태스킹 신공을 보였다.


매니저는 날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고 잘해줬다.

그쯤이었던 거 같다. 처음에 나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고 곁을 잘 내어주지도 않았었던 몇 명의 코 워커들도 나에게 먼저 다가오고 친해지려고 노력한 모습을 보인 게..

Lexy도 친한 척을 하며 나에게 Sweetie 혹은 Darling이라고 부르면서 잘해주기 시작했다. 당연히 고마운 마음이 컸지만 한편으론 그들이 참 간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Lexy가 본인과 친한 그들에게 내 험담을 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구나- 까만 머리 동양인이든 금발머리 백인이든 겉모습은 확연히 달라도 행동하는 건 다 비슷하구나-라고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던 그 순간이 참으로 씁쓸했다.


영어도 완벽하지 않은 동양인 여자가 자신들만의

리그로 들어왔으니 반가울 리가 있었겠는가...? 캐나다가 이민자로 이뤄진 나라이고, 미국이나 호주 혹은 영국에 비해 인종차별이 적다고는 하지만 이 사회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안다. 겉모습으로는 잘 표시 나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표정과 눈빛, 그리고 말투에서 미세하게 보여지는 차별의 온도가 피부로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실, 인종차별이라기보다는 ‘언어 차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내가 얘기할 때 분명히 내 말을 알아들었으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다시 되물을 때가 있다. 나의 영어가 그들의 억양과 발음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은 그것을 일부러 드러내고 나에게 주지 시켜주고 싶은 것이다.

 

더럽고 치사하고 자존심 상해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이 나라에 살면서 어느 곳에서 일을 하든 간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


언어가 부족하지만 그만큼 난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서 잘 해내리라. 주어진 자리에서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이 올라가리라.라고 다짐한 나날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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