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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onface Mar 01. 2021

10월은 그렇게 간다_3

03. 그래서 였을까?

추석 연휴 동안 뭐하면 좋을지 며칠 전부터 휴일 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 둘 나열해 댔다.

"둘레길도 가고 핑크 뮬리도 보러 가자.”


그녀에게 휴가는 한 달에 한번 생기는 게 전부였기에 오래간만에 주어진 공짜같은 긴긴 연휴를 하루도 그저 평범하게 보낼 순 없었다. 그런 그녀의 마음과 달리 벌초를 다녀온 그는 많이 피곤한지 쉬고만 싶어하는 것 같아 그녀는 특별한 연휴가 이대로 지나갈까 싶은 조급함에 짜증이 났다. 뭐라도 해야 겠다는 생각에 엄마에게 보낼 용돈을 핑계로 그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은행 가는 길, 남자인지 여자인지 헷갈리는 어떤 이에 대한 별 시덥잖은 의견 차로 괜히 서로의 기분만 상해 오고 가는 길 내내 앞뒤로 그림자 밟기 놀이하듯 멀찍이 떨어져 한마디 말도 없이 그의 시선을 피해 길게 늘어진 그림자처럼 따라 걸었다. 


신호등 신호를 기다리며 멀찍이 서있으려니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그의 뒷모습을 하나하나 찬찬히 뜯어보게 된다. 반팔에 헐렁한 긴 추리닝, 그리고 맨발에 걸쳐 신은 슬리퍼. 그 슬리퍼가 눈에 거슬렸던 것은 그냥 그랬던 거였을까.      


“일부러 그런 거였어. 다 해주려고 그랬어. 애호박도 주문했으니까 전도 부쳐줄게.” 

아무말 하지 않고 있는 그녀를 그냥 두지 않고 그가 웃으며 달랬다. 언제 기분이 상했냐는 듯 추석맞이 겸 오랜만의 재회를 위해 그가 가져온 소고기와 파스타로 맛있는 저녁시간을 보냈다. 기분 좋은 느낌으로 쉬고 있는 그에게 그녀는 산책 가자고 제안했다. “이렇게 나가자고?”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준 그에게 상큼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과일을 사줄 생각이었다. 왜 나가려고 하냐며 못 이긴 듯 슬리퍼를 신는 그를 보며 멀리 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운동화를 신지 그러냐며 한마디 거들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슬리퍼를 신고 집을 나섰다. 그래서 였을까..?     


“몇 시쯤 그러셨어요?” 당직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한, 두 시간 전쯤요.”

“달리다가 그러셨다고요?” 달리다가 넘어져 왔다는 게 어이가 없었던지 자꾸 되묻는다. 달리다 넘어진 상황에 비해 너무 힘들어 하는 그를 보며 의사 선생님은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했다.


뭔가 미심쩍은 부분을 흐릿하게 숨기고 있는 듯한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당직 선생님은 연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확실하게 말을 하기 어렵고 의심이 되는 건 있네요. 확실한 건 MRI를 찍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하시겠어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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