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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oonface Mar 05. 2021

10월은 그렇게 간다_6

06.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는다는 건..

분주함과 혼란스러움이 있는 이 곳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또다시 기다리는 것뿐. 그 누구도 그들의 고통을 돌보지 않는 듯한 이 곳에서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모른 채 그저 얼굴과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그 '한 사람', 그들을 구원할 사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빗줄기와 오르는 열로 인해 추위를 느끼고 있는 그의 손과 발에 바람에 닿지 않도록 덮여 있는 이불을 끌어다 싸매 주고 있으려니 방역복을 입은 담당자가 다시 나타났다. "확인해 보니 전원 의뢰가 왔었지만 여기에서는 환자를 수용할 수 없다고 전달했다고 하세요."


생각지 못한 담당자의 대답무방비 상태에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랄까. 여기까지만 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이 순간만 바라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를 들 것에 실어 더딘 시간 속을 견디며 여기까지 달려왔다. 수술이 가능한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인지했고 겨우겨우 이 곳은 수술이 가능하다는 한 줄의 목숨 같던 말 한마디에 아픈 사람을 끌고 이곳까지 왔다. 그런데 전원 의뢰에 대해 가능하다고 말한 적이 없고 큰 병원 환자를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니.

      

갑작스러운 반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캄캄했다. 그는 들 것에 실려 누워있고 그들은 응급실 안조차 들어가지 못한 채 길바닥 위에 덩그러니 노출되어 있다. 머릿속이 정지된 듯했지만 그녀는 뭐라도 해야 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이렇게 길바닥에 아픈 사람을 둘 수 없지 않은가.


억울한 마음에 이전 병원에 다시 전화를 해 전원 사실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더니 그곳에서는 전원 요청을 했고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한 후 환자를 보냈다는 말만 돌아왔고, 다시 그 말을 이 곳에 전달했지만 이 곳에서는 전원 의뢰는 받았지만 수용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는 똑같은 응답뿐 서로의 진실은 허공에 던져진 채 상반된 사실만 그녀에게 던져 줄 뿐이었다. 두 병원의 책임 소재 없는 싸움 속에서 아픈 그와 그를 데려 온 그녀만이 이 결론 없이 제자리만 맴도는 상황 속의 책임을 감당해야 할 뿐이었다.


입원조차 할 수 없다는 상황에 머릿속이 멍해지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눈 앞에 당장 수술과 치료가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기회조차 없이 왜 이렇게 길바닥에 무책임하게 내동댕이 쳐져야 하는지. 중간에서 병원의 말만 믿고 쉽게 움직인 것이 너무 억울했고 의료진의 관리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서로 책임지지 않고 보살펴주지 않는 상황에 떨궈진 오리알이 된 듯했다.

   

응급실을 앞에 두고 어디에도 갈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상태를 알고 있었기에 이대로 집으로 갈 수는 없었다. 이전 병원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자신들을 전원 의뢰했던 원무과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곳 담당자는 자신들은 전원 의뢰를 했고 전원이 가능하다고 해서 보냈으니 그곳 대학병원에 사정을 해서 입원할 수 있도록 해보고 안되면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자신의 병원에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며, 다른 병원을 알아보는 동안 입원이라도 하겠다는 그녀의 의사를 단호히 거절했다. 무자비한 그들의 처사에 그녀는 격분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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