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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은 May 04. 2023

뉴욕의 봄은 압도적이다


처음에 뉴욕에 왔을 때는 12월.

칼바람이 부는 겨울이었다.


뺨을 매섭게 올려붙이는 찬 바람과 스산한 대도시의 풍경.

낯설고 메마른 거리의 모습이 이 도시의 첫 인상이었다.


5월, 봄이 오면서 비로소 느낀다.


뉴욕의 봄은, 압도적이다.


맨하탄의 대표적인 공원, 센트럴파크에 갔다.

드넓은 공원에 저마다 봄을 만끽하고 있다.


스트리트 파킹을 하겠다고 40분을 헤맨 우리는 지쳤지만,

게다가 화장실 가겠다고 30분을 더 허비하느라 힘이 빠졌지만,

그래도 센트럴파크의 봄은 압도적이었다.




한강의 봄도 생각났다.

고층건물이 멀리 보이고, 삼삼오오 모여 축제를 벌이는 듯한 소란함.


센트럴파크는 규모가 압도적인 탓인지 수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여유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마차를 끄는 사람들, 공원 한켠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노인들,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잔잔한 호수와 꽃망울 넘어로 하늘을 찌를듯 높이 솟아오른 건물들이 얼굴을 내민다.

차가운 도시 한가운데 이렇게 넓직하고 푸른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는게 이질적이면서도 좋다.

잠시나마 도시에서 벗어나 있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끔 한다.

규모가 주는 여유, 공간이 주는 휴식.

공간의 여유가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미국에 와 뼈저리게 느낀다.


뉴욕은 신기한 도시다.

동네마다 얼굴이 다르다. 마치 다른 나라처럼.


서울도 물론 그렇다만 규모의 압도적인 차이, 

오랜 시간이 쌓아올린 도시 특유의 분위기 탓에 서울과 뉴욕은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아직 이 도시의 사계절을 다 경험하지 않았지만

뉴욕의 봄은 더욱 압도적이고 무척 이질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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