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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역뿌리 Dec 09. 2019

하나씩 꺼내먹어요, <태도의 말들>

역사적인 인물의 일대기가 담긴 위인전은 싫어했지만, 다양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인터뷰집을 좋아한다. 추상적인 신화 속 이야기들로 들렸던 위인전과 달리, 인터뷰집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언어를 담아서일까, 그들의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위인전도 인터뷰집으로 나왔다면 재밌게 읽었을 것 같다). 정혜윤 PD의 <사생활의 천재들>이나 김지수 기자의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처럼 다양한 직업군에서의 인터뷰부터 은유 작가의 <출판하는 마음>처럼 특정 산업군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터뷰를 읽다보면, 그들의 세계를 따라가게 되고, 그들의 눈이 되어 새롭게 세상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다.


<태도의 말들>은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마다 각각의 다양한 우주가 펼쳐진다. 페이지마다 사람들의 짧은 인터뷰가 담겨있다. 단순하게도 그래서 좋았다. 작가는 이들과의 많은 시간을 투자해 나온 이야기 중에서 선별하여 활자에 녹여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엑기스집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단어와 문장 하나하나를 눌러 읽으면서 생각도 오래 하게 되었다.


내 실력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하지 않습니다
-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

스무다섯 여름, 휴학하고 나서 첨 읽은 김정운 문화심리학자의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항상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던 나에게 오롯이 혼자 있는 법을 알려준 장본인이다. 너무나 반가워서 가장 먼저 읽었다. 그가 주장하는 '주체적인 삶'은 자신의 관심사를 분명히 알고, 이를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면 실력이 쌓이기 때문에 불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다수가 가지 않는 길일 때 불안해한다. 다수가 좀처럼 가지 않는 길에는 성공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고, 그만큼 험난한 여정이 수반되며 나 역시 실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때 오롯하게 꾸준하게 내가 공부하는 것에 집중한다면 실력이 절로 쌓여 어느 순간은 내 관심사에 빠져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감이 되었다. 내가 가장 불안해하지 않는 순간을 돌이켜본다면, 그 공부에 빠져있는 시기였다. 하나씩 과제를 해결해나가는 미션 컴플릿의 개념이라기보다는, 정말 그 공부에 몰두해 모르는 지식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지금 안 필요한 책은 못 읽어요
- 작가 은유 -

모든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단지 이야기를 듣는다는 경청의 영역이 아닌, 사람들의 말과 삶에 공감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알맞게 표현하는 것이 '찐'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은유 작가는 존중에 관한 감수성이 탁월하다. '내가 좋았으니 비슷한 가치관과 고민을 가진 너도 좋아할 책이라는 확신' 이러한 확신은 자칫 자기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오만'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좋았다. 각자의 몸에 필요한 영양분이 다른 것처럼, 각자에게 필요한 책도 다르다. 때문에 더욱 더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동반된 존중이 필요하다.



친구가 된다는 것은 타이밍의 기술을 아는 것과 같다
- 소설가 글로리아 네일러 -


친구에게 사과하는 게 늘상 쉽지 않았다. 낯선 사람들에게는 사과가 쉬운데, 친밀한 관계일 수록 말을 어디서부터 꺼내야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사과를 해야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 본질은 나와의 모든 것을 공유할 정도로 친구에 대해 잘 알지만, 한순간에 그 친구는 어떤 감정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읽지 못할 정도로 불확실한 존재가 되는 것에 있었다. 한순간에 다른 사람이 된 친구에게 사과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작가 글로리아 네일러는 말한다. 사과의 타이밍을 안다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을. 나의 두려움에 앞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앞선다면 화해의 손길을 꺼낼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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