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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운 Nov 06. 2024

이렇게, 함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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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아 가을웜톤 드라마로 떠올리게 되는 길모어걸스를 보기 시작했었는데요. 갑자기 겨울이 되어버려 왠지 1.75 배속으로 보아야하나, 생각이 듭니다.


몇 주 전에 화분에다 상추 씨앗 스무알 정도를 심었었어요. 씨앗 심고 싹트는거 보는게 힐링 리스트 순위권의 일이라서요. 너무 한꺼번에 심으면 비좁을 것 같아 백개가 넘는 씨앗 중 조금만 꺼내어 심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싹이 튼 아이들이 몇개 안되었어요. 좀 시무룩해졌지만, 그렇게 힘들게 싹 틔워 준 아이들이라도 쑥쑥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지극정성 돌보았죠. 머리카락 같이 가느다란 몸을 이리저리 휘청이다 결국 와식 생활을 시작한 아이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씨앗 봉투에 남아있던 아이들을 와장창 화분에 투척하고 물을 듬뿍주고 이틀 쯤 지났더니. 글쎄 와르르 투척한 상추 씨앗들이 동시에 싹을 틔운거예요, 마치 콩나물시루처럼. 놀라움에 어안이 벙벙.


각자의 공간과 거리를 두어야 숨 쉴 구멍이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서로 한 몸처럼 엉키고 부둥켜안으면서. 어깨동무하고 읏샤- 일어난 모습으로 단단히 자라났더라구요.

하나일 때 작고 연약한 아이들이, 이렇게 함께라서.


오늘은 꼬옥 일찍 자야겠어요,

이불도 꼬옥 덮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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