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운 Nov 12. 2024

브라운 데이

_

갈색 헤링본 자켓. 카키빛이 도는 청바지. 초콜릿색 꽈배기 후드 니트. 어김없이 인간 카페 모카룩으로 출근한 오늘. 우리반 여학생 한 명이 모카색 스타디움 점퍼에 짧은 갈색 플리츠 스커트, 황토색 레그워머를 신고서 교실로 들어왔어요. 아이들이 한 목소리로 '너 안추워~?' 라고 물었지만 대답 대신 여학생은 수줍게 웃기만 했어요. 원래 수줍음이 아주 많은 친구거든요. 그래서 옆에 다가가, **야, 우리 오늘 갈색톤으로 시밀러룩이네! 하며 어깨동무를 하며 웃었어요. '네에, 맞아요~'하면서 또 조그맣게 웃던 아이.

점심시간, 줄을 서서 급식실로 향하는데 그 아이가 갑자기 나를 보며 깜찍한 목소리로 '브라~운!' 하는게 아니겠어요? 그 모습이 너무 예상치 못한 훅 치고 들어오는 귀여움이라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으항항항 하고 웃어버렸어요. 그래, 맞아 우리 브라운!! 하며 손으로 머리를 슥슥 빗겨주며 귀여움의 여운을 다독였답니다.


마라탕같은 나는 솔로, 돌싱글즈와 달리 슴슴 뭉근 설렁탕맛의 느낌이었던 '끝사랑' 프로그램 마지막회를 다 보았습니다. 매 회마다 손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느린 템포로 서로를 알아가고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것이 인상깊었어요. 마음만 먹으면 전화도, 문자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더 서로의 감정을 숨기고 포장하게 되는 아리송한 지금의 연애와 달리 관계의 틈 속에서 더 또렷하게 깊어지고, 가지런해지는 감정들.


화요일은 스테파와 강철부대의 날입니다. 이런 것들로 요일감을 유지하는 요즈음이예요.

아름다운 것들을 눈에, 가슴에, 머리에 차곡 차곡 채워가는 나날들이 되어야겠다,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아프지 않기로, 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