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휴운 Nov 13. 2024

근심없이 푹 -

몸이 고된 하루였습니다. 수요일은 1교시부터 체육 수업이거든요. 게다가 오늘 미술시간에는 서예 수업을 했으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한 하루였어요.


초등학생 때 서예학원에 잠깐 다녔었는데 글씨를 쓰는 일이 수행에 가까운 일이라는 걸 몸으로 깨닫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예는 커녕 손글씨조차 쓸 기회가 줄어들어버린 지금의 아이들에게는 오늘 수업이 얼마나 더 고된 시간이었을까요. 온통 먹물로 엉망이 된 교실과 화장실, 복도를 함께 닦고 치우며 글씨와 상관 없이 아이들에게는 기억에 남겨질 추억 한 조각쯤이라도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친구의 보라빛 후드티에 묻은 먹물을 함께 비누로 오물조물 빨아주던 모습, 축축해진 옷 대신 자신의 옷을 입고 있으라며 건네던 작은 손. 비뚤빼뚤한 글씨지만 함께 붓을 쥐고서 획을 그어 줄 때마다 숨죽이며 집중하던 눈빛.

아마 먼 훗날 '아 나 4학년 미술시간에 판본체도 써 봤었지!' 하고 떠올리며 자그맣게 미소지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바람이 쌀쌀하긴 해도 어쩐지 퇴근길 운전에는 창문을 열고서 달리고 싶어집니다. 오늘 퇴근길에는 한의원에 들러 새로운 한약을 한무데기 받아왔구요. 아이들에게 내어 준 글쓰기 주제가 '가을에 생각나는 것들' 이었는데 '냄새나는 은행'이라는 표현에 웃음이 났어요. 단풍을 보면 단풍나무가 '꼬마야 이리와.' 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고 한 아이의 상상력에 이마를 탁, 쳤습니다.

요즘은 수민&슬롬의 미니시리즈 앨범을 즐겨 듣고 있구요. 얼마 전 집 근처 투썸플레이스 매장에서 캐롤 메들리가 흘러나오더라구요. 깜짝 놀랐어요.


매일 저의 수면 메이트가 되어주시는 에일린 선생님의 수면 명상 없이도 오늘은 왠지 누우면 곧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내일 큰 시험을 앞둔 모두, 근심 없이 푹 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꼭 그렇길 바라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