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꾸준함에는 도저히 자신이 없는 사람인가 봅니다. 무언가를 빠짐없이 촘촘히 이어가는 것에 재능이 없는 걸 보면 말이예요. 마음 먹은 것을 진득하게 해 보자, 다짐하지만 한 번 흐름을 놓치고 나면 다시 그 놓쳐버린 끈을 손에 쥐는 것이 왜이리 아득한지. 꾸준함은 재능의 영역이 아니라 의지의 영역인 듯 하지만, 스스로의 나약함을 들켜버리는 것 같아 '재능이 없다'고 표현하는 것도 비겁하게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면 지금껏 살아온 다양한 장면에서 거의 같은 패턴의 반복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열렬히 좋아하다가도 어느 순간 동결되어 버리는 마음. 열심히 파고들다가도 어느 순간 아예 동굴 속에 갇혀버린 기분. 마음을 활짝 열어 모두 다 보여주고 꺼내어 주다가도 매몰차게 닫혀버리는 모습까지. 달리기에 비유하자면 장거리 마라톤 보다는 단거리 선수에 적합한 성정일까요. 생각해보니 그것도 적절한 비유는 아닌 듯 합니다. 굳이 비유를 이어가자면, 장거리든 단거리든 무관하게 호기롭게 출발점에서 힘껏 달려나가다가 뜬금없이 멈춰버리는 사람이 되겠네요.
자기검열. 자신의 표현을 스스로 검열하는 것, 이라는 사전적 의미. 그 검열의 바탕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요. 나의 숨겨진 진짜의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 누군가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은 마음.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않은 마음. 다양한 마음들이 마구 뒤엉켜 목구멍까지 차오른 많은 말들을 다시 꿀꺽 삼켜버리게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껴안고 있을 수 없어서. 다 녹이지 못하고 삼켜버린 사탕처럼 여전히 가슴 한 구석에서 차곡히 쌓여가는 마음들을 왜 마음껏 뱉어내지 못하는지. 입 안에 넣고 이리 저리 굴리다 울퉁 불퉁 미운 모양으로 녹아버린 마음들이 치부처럼 느껴져서 일까요.
아무 소용도, 의미도 없는 이 망설임과 부끄러움은 언제쯤 사라지게 될 지.
훨훨 홀가분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