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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Dec 19. 2023

꿈을 찾아서...

나도 없는데 자꾸 아이에게 묻는다....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 그 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

 (조용필의 꿈 중에서)


아버지나 삼촌이 소주 한 잔 기울이며, 본인의 어리고 힘든 시절의 추억을 얘기해줬을 법한 가왕 조용필님의 '꿈'이라는 노래이지만, 20대의 마지막에 이 노래를 많이 들었다.


https://youtu.be/SW2m_OGH4eU?si=LW7FES0wJHqHseBh

(출처 : 유튜브)


"버미, 나 내년 초에 은행 사표쓸거야. 그리고 공부하러 대학원 갈거야."

"엠제이, 결심했어? 난 아직 모르겠어. 은행에서 더 꿈을 찾아볼래."


대학 때부터 단짝이었던 버미와 졸업 후 같은 회사(은행)에 입사했다. 1년 정도 정신없이 업무도 배우고 돈에 대해서도 배우고 월급의 달콤함에 대해서도 배웠다. 아직 결혼하기 전이라 자유로웠던 우리 둘은 여름 휴가를 같이 내고 스페인 일주를 했다. 며칠째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그라나다에서 머물던 밤, 언덕길을 터벅 터벅 걸으며 버미에게 툭 얘기했다. 그러고는 둘이 샹그릴라를 마시며 나는 은행을 그만 두고 무얼할지, 버미는 은행에서 무얼 할지 오랜 대화를 나눴다. 둘의 약속처럼 나는 사표를 썼고, 버미는 은행에서 미래의 아내가 될 여인을 만났고 지금도 잘 나가는 은행원이다.  


시골에서 혼자 상경해서 대학 때부터 살았기 때문에 당장 월급이 끊기는 건 생계에 치명적이었다. 은행 동기 중 빠른 친구들은 결혼을 해서 집을 사고 부동산 투자를 하는데, 사표를 쓰고 대학원을 간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봐도) 무모하지만 용감한 결정이었다. 그 시절 살았던 곳이 남산이랑 가까워 마음이 복잡하거나 무거울 땐 mp3와 핸드폰을 들고 남산 산책로를 많이도 올라갔다. 그 때 조용필의 꿈이라는 노래를 많이 들었다.


"슬퍼질 땐 나 홀로 차라리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남산을 올라가는 산책로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에는 아파트도 집들도 별처럼 빼곡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곳에는 각자 주인이 있었을 것이다. 지체없이 사회생활을 하고 돈을 벌어보니 서울 하늘 아래 몇 억씩 하는 자기 집 하나 장만하는 것이 정말 엄청난 꿈이란 것을 그 때도 알았다. 그리고 은행에 계속 다니면 그 꿈은 곧 실현될 것도 알았다. 그런데도 사표를 쓰기로 마음 먹었다. 뒤늦게 본점 니가 원하는 부서로 이동시켜준다는 유혹도 필요없었다.


지금의 나를 돌아보면 은행원으로 계속 다녔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게 느껴져 다소 허무한 결말이지만, 당시 나는 '야무진 꿈'을 가지고 있었다. 금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숫자를 잘 쪼개고 이해해서, 사회의 부를 더 키우는 그런 것 말이다. 그리고 시스템 안에서만 금융인이 되었던 은행에서 혼자 모델링도 하는 생존력을 갖춘 진짜 금융인이 되는 것도 말이다. 숫자 작업을 다 실무자들에게 시키고, 결과만 검증하고 방향을 잡아가는 지금의 모습은 왠지 꿈에서는 벗어나 보인다.



"엠제이, 이제 회사 다니며 너의 꿈은 뭐야?"


얼마 전 은퇴한 Old Boss가 저녁을 먹으며 갑자기 물었다.


"글쎄요 보스, 이제 꿈이 무슨 의미있나요? 그냥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다 은퇴하는 거죠."

"엠제이, 그게 엄청난 꿈이다. 일이 즐겁고, 팀원들도 그리고 보스도 모두 좋은 경우 나는 없었던 거 같다.

 뭐 니가 팀원일 때 내 말에 꼬박꼬박 반대해서 그랬다는 건 아니야."



PS 라라크루에서 꿈이라는 화두가 던져졌는데... 찬찬히 생각해봐도 내 꿈이 별 게 없다. 어릴 땐 참 단순했는데 말이다. "야구선수, 농구선수, 과학자, 외교관". 이제는 아이들의 아빠로, 남편으로 그리고 회사원으로 ...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가 꿈의 방향일 것이다. 해야 할 일들, 하고 싶은 것들은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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