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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웅주 Sep 02. 2018

불후의 명곡이 그리는 시대의 초상화

** 이번에는 특별히 음악을 꼭 같이 들어보며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글의 형태는 약간의 칼럼이자 약간의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잡학사전 같은 느낌입니다. 의도한 바는 명곡이라는 것이 단순한 노래 자체의 호불호로 전승되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 때마다 다양한 사유로 인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명곡의 선정은 제 개인적인 선정이니 양해해 주세요 (그 외에도 함께 나누고 싶은 명곡은 넘치고 흐른다는...)


음악이 아득히 인류의 먼 옛날부터 존재했다는 기록들은 곳곳에 남아있다. 특히 고대 그리스 시대 여러 시인들은 음악을 신의 발명품으로 이야기 한다. [서양음악사 100장면]에 따르면 제우스는 세상에 일어나는 일을 노래하거나 시로 남기고자 했으나 이를 담당할 신이 없어 아쉬워했고, 인간의 얼굴에 용의 몸을 한 거인족인 ‘기간테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자, 승전가를 남기기 위해 제우스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와 아홉 날을 동침하여 아홉 딸을 낳아 각각 문학과 예술과 과학의 영역을 관장하도록 시켰다는 것이다. 그 여신들이 그리스어로는 무사(Mousa), 영어로는 그 유명한 뮤즈(MUSE)로 불렸고 특히 뮤즈가 관장하는 행위, 예술 혹은 기술을 뮤지케(Musike)라고 하였는데 여기서 음악(Music)의 어원이 시작되었으며 이들이 사는 신전에서 뮤지엄(Museum)이 유래되었다고 한다. 모든 예술과 과학과 기술의 시작은 본디 하나로 이어졌다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음악은 전 세계의 공통어로 불릴 정도로 모든 인류의 삶의 순간과 감성을 관통하는 매력이 있다. 사냥과 노동의 과정에서 부르던 노동요, 종교 의식에서 불리던 성가, 전쟁에서의 승전가 혹은 패전을 달래던 목적을 넘어 음악을 음악 그 자체의 유희적 목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잠재됐던 문화적 소양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가사에 가락이 붙자 기록의 전달에서 감정의 교류가 되었고 구전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음악의 발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향상된 인구의 증가와 그로 인한 생산성의 증가, 경제력의 발전이 큰 몫을 했다.


그럼에도 중세 시대 음악은 철저히 가진 자의 것이었다. 모차르트, 베토벤 등 대다수의 음악가들은 유럽의 왕궁이나 유명 가문에 소속되어 경제적 지원을 통해 자유로운 창작을 보장 받는 대신 그들만의 문화적 헤게모니를 강화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들만의 카르텔 안에서 음악은 때로는 고전적인 엄숙함을, 때로는 자유주의적 즐거움을 노래했고, 때로는 독재자를, 때로는 정복자를 칭송하기도 했다. 베토벤의 영웅은 당초 나폴레옹을 위한 헌정가였다.


** 베토벤 영웅 : https://www.youtube.com/watch?v=cOj0qIRpA-E (아이러니컬하게도 지휘는 독일 나치에 복무한 것으로 알려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담당)


명곡은 곡 그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난 음악을 의미하지만, 대중을 통해 시대를 넘어 널리 불리우고 전승되는 노래를 의미하기도 한다. 인민들의 삶은 언제나 피폐하고 고단하였기 때문에 명곡은 슬프거나 즐겁거나 늘 인민의 고됨을 달래 주던 가운데에서 살아남은 생명력 강한 노래이다. 전쟁의 한 가운데, 정치적 질곡의 순간, 생명의 존폐에 놓인 위급한 상황에서 명곡은 탄생했고 이벤트는 잊혀져도 노래는 남아서 영원히 우리 곁에 맴돌고 있다. 한국의 명곡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모든 한국인이 꼽는 명곡인 ‘아리랑’은 더 말할 나위 없이 현대에 들어와서는 김추자의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는 명분 없던 전쟁이었지만 외화 벌이를 위해 떠난 월남전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맞이하는 당시의 슬픈 시대상이, 신중현의 ‘미인’은 당시 유신 독재 시절 엄숙하던 시대에 질식하던 젊은이들의 외침이었으며,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와 김민기의 ‘아침이슬’은 독재 체제에 항거하던 젊은이들이 함께 부르며 꿈꾸던 해방구와 같았다. 또한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1976년 조총련계 재일 동포의 국내 방한을 주요 이슈로 남북/재일 동포의 슬픈 이별이, 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은 1983년 남북 이산가족으로 재회한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불렀던 노래다.


** 김추자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 https://www.youtube.com/watch?v=KxnzDnF05jc

** 신중현 미인 : https://www.youtube.com/watch?v=a1lbIxyDo94

**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 https://www.youtube.com/watch?v=7AgBcabdplM

**  촛불시민의 아침이슬 : https://www.youtube.com/watch?v=sX-0hnnpm_8

** 조용필 돌아와요 부산항에 : https://www.youtube.com/watch?v=2zGtz3Rc8Dw

** 설운도 잃어버린 30년 (3분 23초부터) : https://www.youtube.com/watch?v=RAfMgC2TGIg


얼마 전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의 가수들이 서로 오고가며 명곡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반세기가 지나 60년을 넘어서 서로 같은 말과 글을 쓰지만 음악의 형태는 꽤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럼에도 각자의 노래를 서로 부르며 듣는 과정에서 음악과 노래가 만들어낸 화합의 분위기는 뜨거웠고, 그 분위기는 곧 이어 남북 정상회담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 최진희 사랑의 미로 :  https://www.youtube.com/watch?v=ls345VXguzw

** 강산에 라구요 : https://www.youtube.com/watch?v=fJJkJSNgFmw

** 레드벨벳 빨간맛 : https://www.youtube.com/watch?v=dZGLd2KgWMw


“진정 나에겐 단한가지 내가 소망하는게 있어 갈려진 땅의 친구들을 언제쯤 볼수가 있을까 망설일 시간에 우리를 잃어요”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환송식에서 흘러나온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의 도입부다. 국내 대중음악계의 한 세대를 풍미한 서태지와 아이들이 과연 이 명곡으로 한민족의 하나됨과 화합의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 서태지와 아이들 발해를 꿈꾸며 : https://www.youtube.com/watch?v=7kr1IXHMU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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