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행복은 어디쯤 닿아있을까?

당신의 안온함을 위해 기도해.

by 분홍공기

사람들은 행복을 어디에서 찾을까.
더 나은 내일이나 미래일까?

아니면 언젠가, 꼭 도착할 것 같은 순간이나 상황일까?


나는 요즘 자주 그 질문을 떠올린다.

병실에 마주한 짝꿍을 조용히 숨을 고르며 마주 보면, 그 질문은 마치 나에게 돌아오는 메아리처럼 마음속을 맴돈다. 나의 짝꿍이 병상에 누워있는 만 4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최소의식상태’라고 불렀다. 완전히 의식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료한 상태에 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 마치 아주 깊은 물속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처럼, 짝꿍은 이 세계의 가장자리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아무도 객관적인 상태를 단정 지을 수도 없을 것이다.


사고 후 중환자실에 들어간 후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의식이 있다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꼭 알아야하고 의사라면 정답을 말해야지! 그렇게 옹졸해진 마음들이 원망처럼 쏘아댔다.
하지만 저 질문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다.

“명료하지 않지만 분명 살아있습니다.”

그 말은 희망이기도 했고, 동시에 막막함이기도 했다.

많은 정보들을 수 없이 찾아봤지만 그 어디에도 단정 지을 수 없는 환자의 상태.

믿을 수 있는 건 내가 주는 자극에 반응하는 짝꿍의 상태였다.

그것이 정답이었다.


“오늘은 OO 년 OO월 OO일 O요일이야, 사고난지 OO 이레째 되는 날이기도 해”

아침에 눈뜨면 가장 먼저 해주던 말이었고,

“오늘은 날씨가 참 좋아. 기분은 어때?” 산책을 하며 수 없이 했던 말이다.
“내 목소리 들리면 나 좀 봐줘.”라는 말을 하고 짧은 기다림 뒤에 온 감각을 동원해 그를 관찰한다.


정확한 대답은 없지만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요즘은 "어~"라는 소리로 반응해 준다.

손을 잡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이기도 하고, 음악을 듣다가 울기도 하고 자다가 큰 소리로 놀라기도 하며

목욕을 할 때면 시원한 느낌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쓰다보니 정말이지 신생아에서 유치원생이 된 것 같다. 교수님도 놀라는 환자의 반응 상태!

그걸로 충분하다. 의학적인 상태 따위 궁금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는 보통의 표현 수준은 없다.

하지만 계속 묻고, 대답하고, 만지며 어딘가에 머무를 그의 명료한 의식을 현재로 데려다 놓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한다. 그는 다 알고 있지만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몸의 반응이 그만큼 따라와 주지 못하는 것 같다.

다른 환자들의 소식을 공유하다보면 심정지를 1시간을 버틴 환자의 치료를 의사 모두가 포기했지만 현재 그는 명료한 의식 상태로 몸을 움직이며 걷기 위해 재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희망이 되어 퍼지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극적인 상황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모든 환자들은 저마다의 상태에서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애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믿는다.


병실의 시간은 세상의 시간과 다르게 흐른다.
몇 년의 계절이 바뀌고, 사람들은 바쁘게 살아간다.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병원 안의 시간은 아주 느리게 흐른다.

루틴으로 형성된 병원에서의 시간 안에서 분명 짝꿍도 자신만의 세상을 만든다 믿는다.

만약 그의 의식이 명료하다면 지금쯤 어떤 마음으로 순간을 살아가고 있을까?


결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가던 우리는 순간의 상태에 대한 질문들을 주고 받았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언제야?" 언젠가 내가 물은 적 있다.

"월급날 치킨 한 마리 포장해 와서 같이 먹는 거. 나는 그거면 돼.

치킨 사 먹을 돈도 있고 같이 먹을 수 있는 아내가 있잖아. 뭘 더 바라?"라고 했다.

분명 너무 감동적인데 한편으론 너무 소박해서 어이없었지만 티를 낼 수 없었다.

나는 그가 살아온 시간을 알기 때문이다.


KakaoTalk_20220219_174149539.jpg 즉흥적으로 갔던 덕유산 산행


나의 행복은 서로의 하루를 시작과 마지막까지 나누던 모든 순간들이었는데..

그때 우리는 그것이 특별한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안다.
그 평범한 하루들이 사실은 얼마나 깊은 행복이었는지를.


사람들의 행복은 대단한 이유를 만들고 나면 생길 거라고 말한다.
더 많은 것, 더 좋은 조건, 더 나은 미래 안에 있을 거라고 믿기도 하겠지,

소중한 것들이 없어진 자리 안에서 발견하기도 하고,

저마다의 경험들로 만들어진 행복은 각자의 삶 위에 정의된다.


행복은 지금 여기 있다.

누군가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것.
누군가와 눈을 마주칠 수 있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 함께 숨 쉬고 있다는 것.

그 단순한 사실들이 얼마나 큰 기적인지를 잃고 난 자리가 알게 해 준 소중함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행복을 잊고 싶지도, 잃고 싶지도, 놓치고 싶지도 않다.

우리 부부의 상태로만 보면 행복하다는 게 말이 되나? 라고 할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나는 지금 여기서 행복을 매일 찾기로 결심했다.


어쩌면 지금 그는 아주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리의 방향, 빛의 온도, 누군가의 손길.

몸은 자유롭지 않지만 마음 어딘가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행복함에 닿기 위해 애쓸지도..


나는 가끔 그의 입장에서 상상해 본다.

만약 내가 그러면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을까.

아마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내 곁에서 조용히 머무르는 사람의 온기일 것이다.

말을 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알 수 있고 대답이 없어도 계속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

어쩌면 그것이 지금 그가 느끼는 가장 큰 세계일지도 모른다.


20200426-DSC03741.jpg 아무 말 없이 마주 보고 마시던 커피


행복은 도착해야 하는 목적지가 아니라 지금 여기서 하나씩 발견해 가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짝꿍의 손을 잡고 몸을 만지며 조용히 혼잣말을 걸어본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에 있을까.

당신의 행복은 지금 어디쯤 닿아 있을까.

답은 여전히 찾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매 순간 나는 그의 편안함과 행복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한다.

비록, 치킨 한 마리를 함께 먹을 수 없는 지금이지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행복과는 바꿀 수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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