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무드 Oct 27. 2022

유전

나와 쟤의 지분율

 씩씩아, 나는 네가 뱃속에 있을  너무 나만 닮아 나올까 조금은 걱정이었다. 당연히 나만 닮아 나올 것이고  아빠는 조금 섭섭하겠구나, 생각했다. 그것은 조금 자만섞인, , 하며 웃게되는 그런 확신이었다. 서운해할  아빠와 아빠의 가족들에게 누누히 아시아인의 유전적 우성형질에 대해 말해두었고 그건 다들 이미 알고있던 터라 당연스럽게 나의 미니미를 만나게  것이라고 생각하며  달을 보냈다. 네 스페인 할머니는 아시안 아기들을 보며 내 손녀도 이럴까 저럴까 상상할 정도였다.



그리고 분만실에서  다리사이로 나타난 너의 등은 보랏빛도는 회색이었고 뒷통수는 많이 붉었다. 피에 뒤범벅되어 나타났으니 그럴만도 했다.

산파와 간호사들이 너를 따듯한 노란색 불빛아래로 데려가서 피를 닦아내고 입을 청소하며, 아빠네 아빠! 붉은머리다! 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곧이어 산파할머니가 너를   위에 올려놓았고 너는 정말 붉은색 머리를 갖고 있었다. 분만실에 있던 산부인과 선생님, 마취과 선생님, 산파 선생님과  명의 간호사선생님, 나와  아빠는 모두 놀랐다. 당연히 너는 검은머리로 태어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놀라기보다는 네가 살아있는지 손발이  달려있는지를 보기에 바빴다.



그리고 이제 두 달 하고도 이 주가 지나고 보니  머리는 노란 붉은색에서 오렌지빛 붉은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처음에는 감고 잠만자서 몰랐던  눈은 나의 그것보다 꽤나 동그랗다.  상상속 깊고 깊은 검은색 눈동자는 보이지 않고 너의 눈은 푸른빛이 감도는 회색이다. 나야 아무래도 너를 사랑하니 괜찮다. 너는 아무 잘못이 없다. 그저,  아빠에게 괘씸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너도 알겠지만 너는 내가 만들었다. 나는 널 만들기 위해 집부터 지었다. 방금 찾아온 널 위한 작은 도시락도 잊지 않았다. 내가 지은 집에서, 벽도 천장도 새로 세우고 자재도 새로 들여와서 열심히 인테리어도 하고,  나라의 전기, , 가스 끌어다 쓰며 너라는 밥을 지었다. 열달간 공들인 밥이 다 지어지자 갑자기  아빠가 숟가락들고와서는 반반 밥을 나누는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이제는  밥이 자기가 지은거라고 네 이마에 슬쩍 이름표까지 붙이고 가는 느낌이 든다.



 아빠도 내가 이걸로 (울분을 토하고) 어이없어하는 것을 안다. 그래서 가족이나 친구 동료 이웃들이 아빠닮았다고 하면  눈치를 보며 코는 엄마닮았다고 그러는데, 코?? 장난하나 싶다. 마치 둘이 먹으려고 지은 밥을 혼자서  먹어 놓고선 이제와서 저 밥 한톨은 널 위해 납겨뒀다며 착한 사람 하려는  다. 씩씩아 미안하다  아빠를 괘씸해해서. 하지만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얼마 전에는 네 할머니가 성당의 할머니모임에 네 사진을 들고가서 자랑했는데, 다른 할머니들이 네 엄마가 외국인인것을 몰랐다고 하는 것을 듣고 나는 참 마음이 참 쓸쓸하고 참 말할 수 없는 공허함이


들었다. 이런 격정적인 감정은 아직 출산 후의 내 호르몬이 안정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그래도 무언가 네 아빠가 괘씸하다. 자고 있는 네 아빠를 콱 쥐어박아주고싶다. 미안하다.



그래도 나는 너를 절대적으로 사랑한다. 곧 커가면서 엄마의 모습도 많이 보여주렴. 너랑 나랑 한 팀이


되었으면 좋겠다 씩씩아.

작가의 이전글 그럴 수도 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