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녕
이제 마지막 날이다. 오늘 바르셀로나로 돌아간다. 나시티 입고 와서 겨울 외투를 입고 떠난다. 두 달 반, 거의 세 달을 있다가 가려니 아쉬움보다는 ‘그래 이제 갈 때가 되었다’싶다. 헤어짐이 섭섭하기도 하지만 긴 여행을 하는 것 같은 피로감이 들기도 하고, 내 공간에 있고 싶다는 욕구도 인다. 그동안 너저분한 집을 꾹꾹 참아온 가족도 피곤할 것이다.
전에 누군가가, 해외생활을 하는 다른 누군가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일 년에 한 번 부모님을 만나는 거면 앞으로 길어봐야 엄마 아빠를 스무 번 남짓 보는 건데 그래도 되겠냐고.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헉스러웠다. 내가 미처 하지 못한 생각이기도 하고, 그렇게나 적은 횟수라는
것이 실감이 나며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기도 했다. 스무 번이라는 숫자가 너무나도 적어 보였다. 다 모아도 한 달도 안 된다고?! 했다.
지금은 그리 적지 않다고 느껴진다. 비록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이렇게 끈덕지게, 같은 지붕 아래서 삼시 세 끼 먹어가며 야식메뉴로 투닥거리고 장 보러 다니고 동네 마실 가고 그렇게 사는 진한 한두 달을 이십 번 정도 보낸다고 생각하면, 괜찮다. 일 년에 삼십 번 만나서 점심 먹고 일찍 헤어지는 것보다 더 친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부모를 곁에 두고 매일같이 살부데끼며 함께 살지 못하는 것은 꼭 바다 건너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지역이거나 일이 바빴어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한 집에 살아도 그럴 수 있다. 이십 대 초반에는 내 부모가 점심으로 뭘 먹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이제는 안다. 내가 먹은 것.
거리는 중요하면서도, 중요하지 않다. 가까이에서 자주 들여다보며 키우는 잔정이 있고, 멀리서 애틋해하며 그리움에 선물 하나 더 사두는 마음이 있다. 헤어질 때 내일 보자며 가뿐하게 돌아서는 발걸음도 좋지만, 언제 다시 볼까 꼭 끌어안은 팔을 풀지 못하는 따듯함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