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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무드 Dec 22. 2022

9개월 아기의 시차적응

과장된 소문

어디서 봤는데, 애들은 워낙 적응력이 뛰어나서 시차도 하루 푹 자면 금방 해버린다고 그랬다. 내 애는 애가 아니라 상전님이시라 시차적응력이 대단히 좋지는 않으신 것 같다. ​


첫째 날에는 그렇게나 목청높여 꺼이꺼이 우시더니 둘째 날에는 오후 네시 쯤 낮잠을 자기 시작해서 오전 두시에 깨셨다. 나도 같이 그렇게 잤다. 더 자고 싶어서 토닥토닥해서 재웠는데 삼십분 정도 더 눈을 감고 계시다가 아예 깨버리셨다. 새벽 세시에 아침수라를 준비해서 바쳤다. 다행히 입맛은 잃지 않으셨다.

셋째 날인 오늘은 조금 더 적응이 되신건지 오전 세시 반에 일어나셨다. 창밖을 보여주며 아직 밤이라 더 주무셔야 한다고 말씀드렸지만 일어서기 연습을 해야 한다며 분연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셨다. 일어서고 주저앉기를 몇 번, 쇼파를 붙잡고 옆으로 두어 걸음을 걸으셨다. 신하인 부모는 새로운 재주획득을 깊이 감축드렸다. ​


조반을 거두시고 입을 헹구신 뒤 기저귀를 갈며 내 엉덩이를 자유롭게 하라 우시더니 일터로 향하는 아비를 보며 네 이놈 나를 두고 어디를 가느냐 하며 꾸짖으셨다. 하지만 오른팔 최애부하인 어미를 보며 내 너에게서 한 시도 떨어지지 않을것이야. 하셨다. 어미가 안고 있어야만 웃으시고 잠시라도 내려놓으면 역정을 내셨다. 살살 달래어 가마를 태우니 금새 잠드셨으나 한 시간을 채 주무시지 못하고 목을 놓아 어미를 부르셨다.



다시 점심 식사를 하실 시간이 되어 만들어둔 고기 완자, 브로콜리와 당근, 주먹밥, 귤, 한국에서 사온 아이케익을 진상하였는데 아이케익은 침과 만나 너무 질퍽해지는지 한사코 거절하시며 고기와 채소위주의 식사를 하셨다. 맘에 들지 않는 음식은 이제 바닥으로 거침없이 던지시는 것이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치우는 어미의 머리통에 브로콜리를 탁 탁 치며 꺄르르 웃으시니 마치 일진같으셨다.



이제 낮잠을 주무신지 한 시간 반이 되어가니 곧 기침하실텐데 어미는 이 상전님과 또 무엇을 하며 오후를 보낼까 짐정리는 언제나 할 수 있을까 저녁수라는 뭘 드려야 하나 걱정이 태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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