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다시 선 바다

어둠에 익숙해지는 법

by 박지선


손을 잡고 뛰었다.

그냥, 앞으로 쭉 달렸다.


바람이 기분 나쁘게

머리카락을 흐트러뜨려도,

발장구에 흙먼지가 일어

기침이 나와도 괜찮았다.


그냥 호수의 손을 잡고 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먼 곳으로, 속절없이 달리고 싶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만큼,

그래서 오히려 속마음 하나쯤은

쉽게 들릴 수 있을 만큼.


불어나는 생각에

다리는 점점 무거워졌다.

숨이 차올랐지만, 더 차오를 때까지

하나는 얼굴에 잔뜩 힘을 주고 버텼다.


날린 눈물 자국을 얼굴에 매단 채,

앞서가던 하나는 어느새 호수를 따라가고 있었다.


분명한 호수의 걸음이

아무것도 안 보이는 밤길을

그리고 엉망으로 해 집어진 하나의 마음을 이끌고 있었다.

하나는 그저 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마음을 믿었다.


낯선 어둠에 익숙해지려면 온몸을 깨워야 했다.

이미 날카롭게 선 감각은

평소보다 훨씬 더 날이 서 있었다.


바다 소리

바다 냄새

바다의 공기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사각하고 축축한 땅.


우리가 처음 만난 그 남색 파도 앞에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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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이 가도록 하나는 눈물을 닦아냈다.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고 또 닦아내도

소매는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얼마나 무겁기에

이렇게 하염없이 추락하는지,

호수는 그 눈물에 담긴 이야기를 알 수 없어 답답했다.


그래서 더 묵묵히 기다렸다.

기다리는 건 제일 잘하는 거니까.


큰 파도가 열 번,

그 뒤로 열두 번의 작은 파도가 차례로 밀려오는 동안

호수는 조용히 하나의 옆을 지켰다.


그리고 마지막 작은 파도가

바다로 돌아갈 즈음,

하나는 눈을 감은 채 바람에 말을 얹었다.


마치 안 들리길 바라는 것처럼.


“만약 내가 여기 없다면 넌 어떨 것 같아?”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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