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밉다

결핍이 남긴 사랑의 모양

by 박지선

나는 언젠가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들이
저 파도에 묻혀
사라질까 봐 두려웠다.


지금 이렇게 또렷이 들리는 말들,
너의 웃는 얼굴,
우리가 잡은 손의 온기마저도
내게 주었던 것처럼
다시 가져갈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래서 늘
주어진 것들을 의심했고,
믿지 않으려 애썼다.


그럼에도 마음을 내어주고,
사랑하지 않으려
속으로 울었다.

----------------------------------------------------

“만약 내가 여기 없다면 넌 어떨 것 같아?”


몇 번의 파도 소리가 흘렀다.

호수는 아무 말 없이
그저 하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이라도 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이 말이 파도에 묻혀
안 들렸기를 바랐다.


“뭐 어떻게 해야 하는데.”

“뭐?”


앙 다문 입술을
겨우 비집고 나온 말이 질문이라니.


하나는 대답하지 않고 호수를 똑바로 바라봤다.


파도 소리가 이렇게 차갑게

공기를 베어간 적은 없었다.


시간이 아주 매섭게

귓가를 스치며 흘러갔다.


“…밉겠지.”


밉다.
미워진다.
내가 없다면,
내가 미워진다.


입술을 꽉 틀어 막았다.


해야 할 말을 고를지,
아예 말하지 말아야 할지.

호수를 볼 수 없어

시선은 그의 운동화 끝에 두고
머리만 굴렸다.


그런데,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밉다고.”


화요일 연재
이전 20화20. 다시 선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