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파도와 모래성

두려움을 안고

by 박지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그저 달빛과 물빛에 의지해

서로를 보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은

서로가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마치 깊은 심해에 잠긴 듯한 정적 속에서

호수를 바라보던 하나의 눈에서

투명한 결정이 떨어졌다.


물방울 하나가

고요하던 세상 전체를

쿵 하고 울렸다.


그 순간,

호수는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아주 약하게 움켜쥐는 것 같았다.


“왜…”

“아니야. 그냥. 해본 소리야. 못 들은 걸로 해.”

“왜 우는데.”


웃으려 애쓰는 하나의 얼굴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호수는 처음으로

겁이 났다.


그 마음이

뒤돌아가려는 하나의 손을

붙잡았다.


“왜 그러는지 말해주면 안 될까. 나는,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몰라.”


구구절절 불어나는 변명은

밀려오는 마음속 파도를

더 두렵게 했다.


말하면서도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모래 속으로 파고들었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작은 모래성을

품에 안았다.


하나는 몇 번이나 얼굴을 훔친 뒤,

빨갛고 맑은 눈으로

호수를 바라봤다.


순간 바라본 하나의 눈 속에서

거대한 파도가 읽혔다.


“강호수. 너는 진짜 비겁해.”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모래성이

예상치 못한 파도를 만나

아스라이,

무너져 내렸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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