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을 안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사람은 그저 달빛과 물빛에 의지해
서로를 보고 있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은
서로가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다.
마치 깊은 심해에 잠긴 듯한 정적 속에서
호수를 바라보던 하나의 눈에서
투명한 결정이 떨어졌다.
물방울 하나가
고요하던 세상 전체를
쿵 하고 울렸다.
그 순간,
호수는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아주 약하게 움켜쥐는 것 같았다.
“왜…”
“아니야. 그냥. 해본 소리야. 못 들은 걸로 해.”
“왜 우는데.”
웃으려 애쓰는 하나의 얼굴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호수는 처음으로
겁이 났다.
그 마음이
뒤돌아가려는 하나의 손을
붙잡았다.
“왜 그러는지 말해주면 안 될까. 나는,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몰라.”
구구절절 불어나는 변명은
밀려오는 마음속 파도를
더 두렵게 했다.
말하면서도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모래 속으로 파고들었다.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작은 모래성을
품에 안았다.
하나는 몇 번이나 얼굴을 훔친 뒤,
빨갛고 맑은 눈으로
호수를 바라봤다.
순간 바라본 하나의 눈 속에서
거대한 파도가 읽혔다.
“강호수. 너는 진짜 비겁해.”
정성을 다해 쌓아 올린 모래성이
예상치 못한 파도를 만나
아스라이,
무너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