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는 이룰 수 없는 꿈
오래도록,
겨울에는 눈 내리는 소리만,
여름에는 쓰르라미 우는 소리만 들리던 마을에
유일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엄만 이 마을 하나에 유일한 아이라
이름을 '하나'라 지었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웃음을 주고
같이 울어주는 아이
이 삭막한 마을에 온기를
불어넣어 준 아이.
넓고 따듯한 산등성이 언덕도
차갑지만 포근한 남색바다까지
모든 것이 이 아이의 친구였고
사랑의 대상이었다.
9살 여름, 엄마와 창가에 앉아
내리는 비를 구경하며 나누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빗소리 사이로 감미롭게 들렸다.
“하나야, 하나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나는 친구! 친구가 되고 싶어”
'친구'
엄마는 그 답변에 잠시 하나를 깊고 오래 쳐다보았고
이내 품에 안았다.
“멋진 꿈이네”
14살, 더 이상 엄마와 말이 통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말을 해봤자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고,
말은 벽에 부딪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텅 빈 정자, 아무도 없는 집 앞 골목에서
투명하게 있는 누군가를 앞에 세운 채.
혹은 바닥에 끄적이며
남지 않게 이야기 나누는 일이 잦아졌다.
달리는 바람이 뺨을 얼마나 살포시 감싸는지
풍덩 빠져든 바다가 얼마나 평온한지
알아버린 후론 혼자도 괜찮았다.
의지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막상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니 온 마음 다해
의지하고 싶어졌다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온기를 나누고
웃음과 눈물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믿었는데.
밉다는 말로
스스로를 감싸고
가시를 세우는 그 아이가
얼마나 얄미운지.
꿈을 이룬 순간,
우리는 더 나아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내가 그 이후의 꿈을 얼마나 기대했는지,
그 아이는 알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