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

by Diem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한국 전쟁 나는 거야?"


아침에 일어나니 러시아인 친구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무슨 말인지 아리송한 마음에 인터넷을 켜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으로 인해 캐나다로 이민을 하려고 하는 친구에게 한국 걱정을 듣다니.


전두환 역을 맡은 황정민 배우의 명대사,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는 말이 머리를 스쳤다. 다행히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대에 가서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검찰총장을 할 정도의 능력은 있었지만, 계엄을 성공할 능력은 없었다. 그는 실패했고, 내란 및 반역죄로 수사를 받게 됐다.

박근혜에 이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두 보수정권의 대통령이 '연속 탄핵'이 사실상 확정적인 분위기다. 처음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됐을 때, 친구들에게 3년 안에 탄핵될 것 같다고 말했는데, 정말 이럴 줄이야.


박근혜가 국정농단으로 헌법재판관 전원 만장일치로 탄핵당했을 때, 나는 해당 내용을 자세히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당시 국민의 힘 의원들의 주장은 논리는 쥐뿔만큼도 없으며,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궤변을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들이 어떠한 이념이나 신념, 혹은 자신들의 지지집단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을 놓치고 싶지 않고 이익을 계속 향유하고 싶어서 저런 말도 안 되는 궤변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최소한 논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본의 아니게 재판을 경험하고 나니, 우리나라의 법 체계에서 이 같은 판결은 정말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 재판관들도 사람이고, 정치적 성향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헌재는 중립을 위해 재판관들의 정치성향에 따라 숫자를 맞추는데, 전원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했다는 건 보수 재판관들도 어지간히 잘못했다고 판단한 한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끝내고 또다시 이어진 대선. 나는 당연히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1. 이명박, 박근혜 정권으로 이어지며 저성장으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다시 급격하게 끌어올렸고


2.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하는 말들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무논리로 박근혜 탄핵심판 때 말도 안 되는 궤변으로 탄핵을 끝까지 반대하던 국민의 힘의원들과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더 무서웠던 점은, 국민의 힘 위원들은 자신이 잘못하는 걸 알면서도 자신들이 살아남기 위해 이 같은 언행을 한다면,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자신이 옳고, 그것이 진실이자 사실이라고 맹목적으로 믿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마치 사이비 종교에 빠진 사람처럼.


하지만 조국 장관의 이슈부터 시작해, 이재명 후보 특유의 비호감 이미지까지, 역대급 비호감 후보 대선으로 불렸던 20대 대통령 선거는 윤석열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참사가 벌어진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 '이재명 후보가 정치적 능력은 있는 것 같지만, 인성이 별로인 것 같아 싫다'라고 답했다.


상대방의 흠집을 끝까지 늘고 물어지는 선거는 어느 나라 정치판이나 똑같다. 과학적으로 인간은 부정적인 이슈에 훨씬 민감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어떤 부정적인 경험은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사건들이기 때문에생물학적으로 훨씬 더 오래 기억에 남도록 설계돼 있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공정'이란 가치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었고, 국민의 힘은 이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윤석열이 대통령 취임당시 내세웠던 가치도 '공정'과 '상식'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추상적인 가치는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마 지금도 자신이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국민의 힘 의원들도 자신들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국가를 위해 냉철한 판단 내리고 있다고 믿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의 믿음은, 그들을 지지하는 특정 지역의 콘크리트 보수층처럼 단단할 테니까.


그들이 틀렸다는 말보다는, 그들은 최소한 확연히 다르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고 앞으로 5년이 지나면, 콘크리트 지지층을 기반으로 이들은 또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이들을 어떤 이유에서건 계속해서 지지해 주는 이들이 생겨날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이들에게 반하는 사람들은 축출될 것이다. 유승민, 이준석 의원처럼. 그리고 다시 이들을 지지하는 기반으로 세력을 형성하고, 탄핵에 찬성한 사람들을 배신자로 낙인찍어 그 낙인을 발판 삼아 다시 '보수'라고 불리는 세력을 규합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훌륭한 당이라도 1당 독재 체제는 나쁘다고 생각한다. 여야가 자신들의 지지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박 터지게 싸우며 의견을 모아 '합의'해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고 정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민주주의는 당연히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최소한 두 집단의 싸움이 무지성과 무논리로 상대방을 믿도 끝도 없이 헐뜯는 개싸움이 아닌, 데이터와 논리에 근간한 정쟁이길 희망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런 사람들을 자신들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선출해 주었으면 좋겠다.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feat. 윤상현 의원)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 거 뭐 하러 개, 돼지들한테 신경을 쓰시고 그러십니까? 적당히 짖어대다가 알아서 조용해질 겁니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국일보 이강희 주필이 한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이 꽤나 마음에 들었는지, 박근혜 정부의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실제로 대중에게 '개돼지'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 표현에 국민들은 분노했고, 그는 잘렸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했다. 끝까지 가 욕 많이 먹었지만 1년 후면 다 찍어주더라"


며칠 전, 국민의 힘 중진의원인 윤상현 의원이 젊은 의원을 위로하며 한 말이다. 나는 위 두 말이 왜 같은 말로 들릴까. 더 웃긴 점은, 이런 이들만이 국민의 힘의 핵심 의원으로 계속 남아있다는 점이다. 윤핵관이자 국민의힘 중진의원으로 분류되는 권성동, 장재원, 정진석, 윤상현 의원까지, 이들이 발언을 보고 있으면, 확실히 나와는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음을 느낀다.


우리는 고민해 봐야 한다. 정치인들을 포함한 남들을 잘못했다고 손가락질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가 얼마나 우매하고 쉽게 틀리는 존재인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편협하고 조악한 사실들이 정말 진실인지. 이런 작은 선동에 우리가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이들을 우리의 대표로 뽑은 건 아닌지.


역설적으로 생각해 보면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에게 '자유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체감할 수 있도록 느끼게 해주는, 자신의 인생을 불살라 전 국민을 일깨워준 진짜 교육자일지도 모른다. 물론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모든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는 말처럼, 아직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수준은 박근혜나 윤석열 조차도 거르지 못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민들의 현주소임을 받아들일 때, 우리 사회는 한 발 나아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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