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일상의 기록
아주 오랜만에 여행객이 된 것만 같다.
이 섬에 사는 사람이 아니고,
매일이 낯설고 두근 되는 여행자로.
멀리서 보는 바다의 광활함만 바라보다
가까이서 보는 바다의 경쾌함에 갑자기 설렌다.
하얀 물거품을 몰고 와 돌에 부딪힌다.
힘차게 내딛고 부딪히고 멈추고를 반복해도
속도를 늦추지 않는다.
그 파도를 응원이라도 하듯,
갈매기 때들이 하늘에서 바삐 날고 또 날아든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 앉아
곡예를 펼쳐내듯 고요히 바다를 바라보는
새들도 여행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걸까.
고요하면서 평온한.
들뜨지 않은 설렘이 잔잔하게 다가온다
아 맞다. 나는 이 섬에 살고 있지.
익숙함에 잠시 놓고 있던
이 아름다운 장면을 마주하니
요동친다.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고
새로운 것들을 마주하고 싶은 마음이.
그래서 이 섬을 못 떠나는 걸 거다.
우울할 시간마저 금세 사라지는 건,
숲이, 바다가, 노을이, 새들과 고양이가
늘 옆에 와 이야기한다.
별거 아니라는 걸. 그저 이 잔잔한 바다 앞에
마주 앉아 있기만 해도
다시 살아갈 기운이 생긴다는 걸.
나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에
해가 뜨고 지는 순간까지 함께한다.
그것도 매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