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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Dec 15. 2023

[임신일기] 4주 차 일기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였다.

이 일과 동시에, 그날 밤 뜬금없이 중환자실에서 연락이 왔다. 시아버지가 갑자기 입원을 하셨다는 거다. 우리는 갑작스러운 두 갈림길의 상황에 마냥 기뻐만 할 수도, 마냥 슬퍼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그냥 양가에는 어떻게 임밍아웃을 하는 게 재미있을까 고민하던 것을 잠시 뒤로 미뤄두기로 했다. 이러한 상황에 남편의 마음도 혼란스러울 것 같아 이번 추석은 친정을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친정에도 이참에 임신이 확실해지면 알리는 게 낫겠다 싶어서 시아버지의 상황으로 인해 집에 못 올라가게 되었음을 알렸다.


연휴기간 동안 시아버지는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고생 중이셨다. 이 와중에도 다행인 것은 높았던 염증수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고, 실명까지 봤던 비극적인 시력저하를 우려했던 상황과 달리, 스스로 식사도 하시고 휴대폰도 볼 수 있다고 하셨다. 아이를 가졌다는 기쁨과 동시에 엄청난 고민과 걱정으로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감정이었으나, 그렇다고 생각만큼 비극적인 상황은 아니라 그나마 안도했다.


네이버주수 4주2일이 되던 날 오후 <스마일더블체크>

동시에 네이버에 임신테스트기 두 줄에 관한 검색을 엄청 했다. 사람들이 진하기가 점점 진해져야 정상임신으로 보고, 아기집은 대조선이 더 진해질 경우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연휴 기간 동안 임신테스트기의 진하기를 살펴보았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두줄은 점점 선명해져 갔다. 언제 임신이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처음 두줄을 본 날이 네이버주수로는 3주 4일로 나왔다. 생각보다 임신을 빨리 알게 되었고, 그후로 두줄의 진하기도 빠르게 진해졌다. 진한 두줄이 나오기 힘들다는 스마일더블체크로 확인 했을 때 이정도 진하기면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쯤이면 작게나마 아기집이 보이지 않을까 싶어서 평일이 되자마자 바로 산부인과를 가보기로 결정했다.


특히 착상이 어디에 되었는지가 너무나 궁금했다. 예전 수술 경험도 그렇고, 최근에 자궁내막증이 재발한 상태이기도 하고, 평소에도 임신이 잘 안 된다는 생각에 혹시나 나팔관이 막힌 건 아닐지 난임요소에 대해 걱정을 해왔기 때문이다. 착상만 잘 되더라도 한시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작고 소중한 0.44cm 짜리의 아기집

이론상(?) 4주 4일이 되던 수요일 오후. 가까운 산부인과로 가서 0.4cm정도의 작고 동그랗게 생긴 아기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것으로 임신이 확실해졌다! 그 후 바로 엄마에게 전화해 이 사실을 알렸다. 한글날까지 기다리고 집에 가서 직접 얼굴을 보고 깜짝 임밍아웃을 하기에는 성질이 급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전화로 소식을 전하니 엄마는 너무나 기뻐하셨다.


마침 지난달 올케의 임신소식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 4주 만에 내가 임신이 된 거다. 엄마는 쌍경사(?) 났다며 용띠해에 할머니가 된다고 너무나 좋아하셨다. 근데 보통 좋은 일이 겹치면 겹경사라고 말하지 않나?

아무튼 아기집만 확인하면 맘 편하게 임신이구나 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확인된 아기집의 크기가 너무 작지는 않은 건지, 아직 난황(탯줄이 생기기 전 배아에게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관)은 보이지 않는데 다음 주엔 난황이 자랄지, 그동안 갑자기 피가 나오거나 배가 아프진 않을지 걱정이 되었다. 임신테스트기 2줄만 나오면 임신인 줄 알았는데 통과해야 할 단계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는 것은 수 개의 모든 경우의 수를 통과한 '기적' 그 자체였다.


우리에게도 그런 기적이 지속적으로 이어질까 신기함과 걱정과 막연한 두려움과 다양한 복합적인 감정을 가진 채 나는 임신 4주 차를 지나게 되었다. 시아버지의 건강에도 기적과 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기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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