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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Dec 18. 2023

[임신일기] 내릴 수 없는 버스에 탔다.

5-6주차부터 입덧이 시작된다고 한다.

 가만히 휴대폰을 보고 있는 것 조차 멀미가 난다.....


 오늘 아침은 기분이 좋지 않고 입맛도 없는데 속쓰려서 바나나를 우걱우걱 먹었다. 그래도 속이 편해지지 않아 어제 먹고 괜찮았던 조미김을 먹었는데 바로 뱉었다. 김이 이상해진건지 내 입맛이 이상해진건지 구분이 안갔다. 요즘 먹덧인가 싶어서 오전내내 배고프면 힘들까봐 토마토랑 샤인머스켓 몇알을 텀블러에 담아서 출근했다. 아침에 바나나 한개만 먹어서 그런지 오전내내 배가 너무 고프고 어지러웠다. 오후에 배고플까봐 챙겨온건데 오전 공복 울렁거림을 참기가 힘들어 토마토를 야금야금 먹었다. 그래도 배가 너무 고팠다..


 오늘은 입맛이 없을것 같아서 점심에 서브웨이를 사먹으려고 했는데, 밥순이인 나는 배고플때 무조건 밥이라 그냥 밥을 먹기로 했다. 순두부찌개를 먹었다. 이정도로 배고팠으면 밥을 먹고 속이 편해야 하는게 정상인데, 점점 더 불편해졌다. 배가 고픈거로 착각한건가? 두그릇도 먹을 수 있을것 같았는데 한그릇도 채 다 먹지 못했다. 먹을수록 속이 불편하고 어지러웠다. 배고플때 먹는 밥은 무조건 맛있는데 심지어 맛있지도 않았다. 쌀밥이 텁텁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먹으니 안먹은것 보단 나았으나 그냥 멀미중에 밥을 꾸역꾸역 먹은 기분이라 헛배부른 느낌에 속이 계속 안좋으니 기분도 좋지 않았다. 오늘은 금요일인데, 사무실에 할일도 없는데 기분이 좋지 않다.


 오늘 저녁에 먹고싶은걸 찾아서 먹으면 좀 나아지려나? 먹고 또 속이 불편할 생각에 두렵기만 하다. 오늘 밤에는 엽산을 안먹어봐야겠다. 요즘 엽산만 먹으면 토할것 같다. 입덧이 밤에 심해지는 줄 알았는데 그냥 엽산부작용인것 같다. 그런데 저녁을 덜 먹어서 그런가 밤 9시-10시 사이에 배가고픈지 또 속이 쓰린다. 그때에 뭘 먹어도 그냥 속이 안좋아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5-6주부터 입덧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이제 시작이라니 두렵다. 입덧기간에는 그냥 이렇게 불편한 채로 지내는건가? 음식과 관련된 일만 피하면 되는줄 알았는데 그냥 하루종일 속이 안좋아서 어쩔줄을 모르겠다. 특히나 이 상태로 버스를 타는것은.. 곤욕이다.

 

 어제는 아침에 컨디션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집-사무실까지 버스로 10분밖에 되지 않는데.. 충격적이게도 멀미가 났다. 내 앞에 앉은 여자의 화장품 냄새, 사람들에게 풍기는 집냄새 같은 것들이 맡아졌다. 내리자마자 토할것 같았다. 사무실까지 걷는데 7분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길가다가 토할수는 없으니 꾹 참으며 사무실 건물에 도착했고 바로 1층 화장실로 들어갔다. 구역질을 3번이나 했다. 그래도 토하지 않아서 다행인것 같다..


 평소에는 왠만하면 멀미도 잘 안하고 그 흔한 뱃멀미도 없었는데, 친구들이 입덧의 느낌은 뱃멀미 하는것 같다고 했다. 나는 뱃멀미도 없어서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 느낌이 뱃멀미라면 확실한 것 같다. 기분이 좋지 않고 불편하다. 배를 안탔는데 계속 배 위에서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휴대폰을 보니 머리도 아프고 힘들다. 그래서 자꾸 건물 밖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가? 신선한 공기라도 마시면 괜찮을 것 같아서...? 내가 경험한 바로는 시내에서 한창 놀고 피곤한 상태로 히터가 빵빵한 버스를 타고 휴대폰을 본지 30분이 지났을 때의 느낌과 굉장히 비슷하다.


 음식을 먹지도 못하고 토하는 임산부들도 있다고 했다.... 입덧기간 무사히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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