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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Dec 26. 2023

[임신일기]1차 기형아 검사를 통과했다.

큰 산 하나 넘었다.

2주 뒤 정기검진이 있던 임신 12주 차.

오늘은 처음으로 1차 기형아 검사가 있는 날이다! 2주 만에 아기를 확인하는 설레는 마음과, 태아의 목투명대 사이즈를 재고 코뼈의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다운증후군 및 여러 증후군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약간의 긴장이 되었다.


임신 전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아이가 혹시나 건강하지 못하게 태어난다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의 순간이 있었다. 남편과도 산책하며 함께 고민을 나누었다. 아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에 대해 상상해 보았을 때, 나는 다른 아이와 비교되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마음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그 마음을 매일 다잡고 살아야 하는 게 가장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남편의 관점은 달랐다. 건강한 아이든, 아픈 아이든 부모의 눈에는 그냥 내 아이로 보인다는 것이다.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마음이 힘든 게 아니라, 아픈 아이가 자라서 스스로 독립을 할 수 있을지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그 미래가 불안하고 고민스럽지 않겠냐는 말. 어떤 아이든 사랑스럽고 행복한 것은 똑같을 거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나눈 뒤에, 쉽게 답을 내릴 수는 없었으나, 혹여나 아이가 아프게 되더라도 내가 고민하고 내린 결론은 '그래도 낳아서 잘 키워야지 뭐...'였다. 아마 남편이 얘기해 준 부모의 관점이 아직 '부모가 아닌 나'의 관점으로 보는 것과 달랐기 때문에 내린 결론일지도 모른다.


1차 기형아 검사가 있던 날. 보통 초음파 진료는 1-2분 정도로 아기가 건강한지, 기관이 잘 자라고 있는지 확인하고 끝나는데, 이번 검사는 4분 정도 걸렸다. 맘카페에서 목투명대 검사에 대해 그동안 찾아봐서 그런지 몇 mm가 나와야 정상인지, 혹시 고위험이 나왔을 때에 어떤 검사를 추가로 해야 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대략 확인하고 나름의 마음의 준비도 했다.


설렘 반 긴장 반 상태로 진료실 베드에 오르고 배를 까고(?) 초음파 진료를 기다렸다.

뚜렷한 얼굴뼈가 보여 원숭이 같다.

지난번 보다 좀 더 커진 아기. 얼굴 이목구비가 전보다 뚜렷해졌고, 다리길이도 더 길어졌다. 척추뼈도 선명하게 보였다. 이제 소화기능도 생겨서 양수를 마신 흔적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 쪽을 확인하며 뇌의 모양도 나비모양으로 잘 자라고 있다고 했다. 선생님은 "코가 엄청 높네요ㅎㅎ"라고 하셨는데, 내가 봐도 코가 높은 것 같기도 하고, 코가 또치처럼 생긴 것 같기도 했다. 남편과 내 코가 낮은 편은 아니니까 우리 띠용이 코도 낮진 않겠지? 하는 기대감이 생긴 순간이다.


그리고 목투명대 검사를 했다. 선생님은 "얘는 보지도 않아도 정상"이라고 말씀하시며 목투명대 길이를 재셨다. NT(목투명대) 길이는 0.62mm.

*NT는 보통 3-5mm 이하 일 때 저위험으로 보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정상이라는 게 아니라 확률상 특별한 문제가 없을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정상입니다.



'정상'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날 뻔했다는 남편ㅎ.. 건강한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 줄 아냐며 감격했다. 나 또한 감사한 마음이 들었으나, 앞으로 남은 2차 기형아 검사도 잘 통과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초음파검사 후에 내 유전자 검사를 위한 피검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4주 뒤에 진행하는 2차 검사까지 끝나면 결과를 통보해 주신다고 했다. 내 유전자 또한 별다른 이상이 없었으면 좋겠다.


4주 만에 얼마나 더 자라 있을까?


두상이 예쁘게 자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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