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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라 Dec 28. 2023

[임신일기] 선물 같은 나날들을 향해

설레는 연말

4주의 시간은 길고도 짧은 듯했다.

입덧약을 2주치씩 받아오던 나는 임신 14주 차에 마침 떨어진 입덧약을 타러 동네 산부인과의원에 가게 되었다. 간 김에 아기도 보고, 입덧약도 받아오고 간 김에 그날따라 먹고 싶은 닭칼국수도 먹으려니 신이 났다.


14주 차 정도가 되면 초음파를 통해 어느 정도 성별예측이 가능하다고 한다. 기존에 다니던 병원의 초음파 기계는 작은 갈비뼈까지 보일 정도로 선명하고 고퀄의 기계였으나, 동네의 작은 산부인과의원은 옛날 정사각형 모니터로 흐릿한 초음파를 보게 된다. 난 초음파를 알아볼 수 없었으나 선생님께 성별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까 싶어 기대가 되었다.


14주 차 김띠용


공복으로 가서 그런지, 초음파가 흐려서 그런지 아기의 움직임이 뚜렷하진 않았으나 여전히 건강한 모습이었다. 무뚝뚝한 선생님은 아기의 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시고 "별 이상 없습니다. 입덧약 2주 치 드리면 될까요"로 진료를 마치려고 했다. 나는 "아 네, 그런데 혹시 성별은 아직 모르는 거죠?"라고 물었다.



음.. 탯줄에 가려져서 잘 모르겠습니다. 



"아.. 네ㅎㅎ 감사합니다."

머쓱하게 진료실을 나와 약국에서 입덧약을 타온 후 건너편에 있는 닭칼국수집에서 닭칼국수 하나를 시켜놓고 남편과 가족에게 방금 진료를 보고 온 썰을 풀었다.



꼬미도 탯줄에 가려서 안 보인다고 했었는데!


나보다 임신주수 4주가 빠른 남동생네는 벌써 지난주에 성별을 확인했다. 성별 확인 전에 꼬미(조카태명)도 탯줄에 가려서 안 보인다 했다고! 엄마도 딸이지 않을까 예측하셨다. 지난 12주 차 초음파 봤을 때 느낌도 그렇고, 탯줄에 가려진 것도 그렇고 성별이 딸일 확률이 55%는 될 것이라 예상했다. 아들이면 확실하게 아들이라고 하던데...


성별을 알려면 2주는 더 기다려야 한다. 지난 2주보다 앞으로의 2주가 더 길게 느껴질 것 같다. 16주 차 정기검진을 가는 때쯤에는 악뮤 콘서트도 가야 하고 교회 크리스마스 행사도 있기 때문에 선물 같은 날을 기다리느라 설레는 2주, 설레는 12월을 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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