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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Mar 10. 2023

여기는 칵테일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요?

저는 업장 리뷰를 자주 체크하는 편인데, 아주 가끔 가격이 비싸다는 리뷰를 볼 때마다 그 리뷰를 달아주신 분께 당장이라도 전화를 해서 왜 이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고 싶은 욕구가 솟구칩니다.

저희 업장 평균 칵테일 가격은 1만 8천 원에서 시그니처 칵테일은 2만 원, 그리고 가격이 좀 나가는 위스키나 코냑의 경우에는 최대 2만 1~2천 원까지 받습니다.


1만 8천 원짜리는 대부분 간단한 2MIX 진 토닉 같은 칵테일이고 2만 2천 원이 나가는 칵테일은 기주 자체가 가격이 높기도 하지만 기본 50ml 이상씩 사용됩니다.


그런데 이건 저희 업장, 이야기이고 동네마다 같은 칵테일이라도 가격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곳은 저희 업장과 같은 술과 비슷한 용량을 사용하는데도 한 잔에 기본 2만 5천 원 곳도 있고 청담동은 2만 7천 원, 심지어 특 1급 호텔은 저희 업장에서 사용하는 술보다 저렴한 술을 사용하는데도 기본 디폴트 값이 무조건 2만 7천 원 이상입니다.


거기다 청담이나 한남동 그리고 요즘은 호텔에서도 1인당 1만 원의 커버 차지를 받는 곳들이 생겼기 때문에 청담동에서는 많은 곳이 커버 차지가 있기 때문에 착석해서 한 잔만 마시면 기본 3만 7천 원의 가격이 나옵니다.


청담동 같은 서울의 특정지역들은 어째서 그리 높을까요, 임대료가 비싸서? 사실 임대료로 따지면 그건 황금 상권 같은 곳은 해당이 되겠지만 대부분의 바들은 대로변에 있지 않아도 찾아오는 상권이기 때문에 임대료가 다른 서울 기타 지역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특 1급 호텔이 가격이 높은 이유와 일맥 상통한다고 생각을 하는데, 가격대가 높고 특정 지역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영향을 주고 업장에 꾸며진 인테리어와 서비스의 퀄리티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까지 저도 청담동에서 6년을 있으면서 인테리어를 어정쩡하게 해놓고 장사가 잘 되는 곳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고급져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높은 비용을 들여놓고도 도저히 납득이 안될 정도의 저렴한 인테리어와 뻔한 콘텐츠와 인테리어에 비해 내용물이 너무 허접한 곳은 역시 오래가지 못하고 폐업하기 일쑤였습니다. (특히 고객들이 매우 중요하게 생각 발렛 파킹의 유무도 매우 중요...)


그렇다면 과연 주류 메뉴의 가격은 단순히 인테리어로 결정되느냐? 그건 당연히 아닙니다. 메뉴의 가격을 정하는데 인테리어를 제외한 정말 많은 요소가 개입되는데, 사용하는 술의 종류부터 사용하는 기물과 글라스 웨어, 그리고 칵테일의 가격이라면 당연히 바텐더의 실력과 퀄리티입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쉽고 저렴한 술을 사용하는 칵테일을 2만 몇 천 원씩 받는 건 당연히 용납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소비자들은 그것을 금방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음료의 맛과 서비스 퀄리티에 이 가격을 받는다고???라는 의문이 들면 나가면서 '비싸요!!!'라고 말하진 않겠지만 두 번 다시 가진 않거나 주변인들에게 절대 추천하지 않는 가격이 사악한 업장으로 평가받기 마련이죠,


저는 제 업장에서 받는 가격이 높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격대로 그만큼 고객을 만족시키면 될 일입니다. 만약 내 업장의 주류 퀄리티와 서비스에 자신이 없다? 그럼 장사를 접든지 가격을 반값으로 후려쳐서 팔든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겠죠.


어디서나 따라 할 수 없는 음료의 퀄리티와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와 노력, 그리고 가장 중요한 원가를 생각해서 가격을 정하기 나름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최소 원가를 25%를 넘기지 않으려고 하는데, 사용되는 술과 재료의 가격을 따져보면..... (30%가 금방 넘어갑니다.) 흠; 나머지 75%가 그럼 마진으로 남느냐!!? 그럼 너무나도 좋겠고 장사할 맛이 나겠지만, 임대료, 인건비, 세금, 보험료, 카드 수수료, 공과금을 75%에서 털고 나면 업주에게 돌아가는 마진은....... 통장을 보면 '도대체 왜 나는 술장사를 하고 있는가....'라는 깊은 고뇌에 잠기게 됩니다.


술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건 이젠 옛말이 된 듯합니다. 칵테일이라 만드는 퀄리티에 따라 결정된다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술이 특히!!! 위스키가!!!! 가격이 몇 개월 주기로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미친 듯이 치솟는 물가와 함께 주류 납품가도 같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를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와인이 가장 비싼 나라 3위입니다 ㅎㅎ


그 이면에는 나라에서 신경도 안 써주는 "주세법"과 위스키를 취급하는 수입사에서는 그냥 가격을 후려쳐서 올려버리는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잘나가는 위스키를 받으려면 그 회사에서 취급하는 맛대가리 없는 악성 재고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끼워팔기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뭐,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지만 요즘은 좀 너무 하다 싶더군요.


바로 이런 요소들 때문에 술값은 계속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런 내막을 자세히 알리 없습니다. 가격이 왜 이렇게 비싸요??라고 할 때마다 위에서 제가 나열한 내용을 전부 설명해야 하는지 잠깐 고민을 합니다.


아주 가끔씩 '면세점에서 얼마에 팔던데 여기는 왜...'라고 하시는 분들도 가끔 계시는데 이런 분들은 제가 감히 이야기하지만 바에 가지 마시고 면세점에서 구입하셔서 집에서만 드셔야 됩니다;;


가격을 정하는 것도 업주의 마음이고 그것이 합당한 가격인지 평가를 하는 것은 소비자입니다. 위에서 열거한 이유가 어찌 됐든 가격에 만족을 할 건지 말건 지는 소비자가 결정하는 것이니, 가격이 높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씁쓸하지만 한 편으로는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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