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기능사 실기 레시피로 등록되어 있는 힐링은 2010년 코리안컵 전통주 칵테일 대회 때 바텐더로써 제가 처음으로 생각해서 만들어낸 창작 칵테일입니다.
힐링의 베이스로 감홍로를 선택한 것은 사실 엄청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서울 근교에 있는 전통주 양조장을 찾아보다가 파주에 감홍로를 만드는 곳이 있다기에 무작정 그냥 찾아갔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냥 마트나 백화점에서 아무 전통주나 골라서 레시피를 만들었으면 됐을 텐데, 뭔가 인생의 첫 대회 출전 칵테일이었기에 각오가 남달랐던 것으로 기억 됩니다.
제 기억으로는 파주에 위치한 감홍로 양조장을 찾아갔던 날이 무척이나 더웠던 여름으로 기억하는데 버스를 몇 번인가 갈아타고 땀으로 옷이 다 젖은 채로 아주 힘들게 찾아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감홍로의 이기숙 명인님께서 엄청 친절하고 따뜻하게 맞이해주셨습니다. 솔직히 감홍로를 안 마셔봤을 때까지는 마셔보고 맛이 없으면 안동소주를 사용할 생각이었습니다ㅎ;
양조장이라는 곳을 난생 처음 방문하여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눈으로 처음 보게 되었고 사실 맛보다는 뭔가 이렇게 굉장한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 엄청난 술이라는 것에 감명을 받아서 감홍로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 칵테일을 만들기까지 얼마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지식으로 감홍로에서 느낄 수 있는 재료를 그냥 다 조금씩 섞다가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기간인데 한 달 정도 엄청난 고심 끝에 만들게 되었습니다만,
칵테일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하다 보니 이 맛도 내고 싶고 저 맛도 내고 싶고 하다 보니 재료 가짓 수가 7개가 되고 말았습니다. 모티브를 얻었던 것은 싱가폴 슬링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아닛-!? 재료를 이렇게나 많이 넣는데 이런 조화로운 맛이??!" 라는 생각으로 이거저거 추가 하다보니;
당시에는 창작 칵테일의 개념이 없었던 때라 비싸고 좋은 재료가 많이 들어가면 다 맛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코인트루는 빠져도 크게 칵테일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갈리아노의 특유의 바닐라와 정향이 감홍로의 캐릭터를 잘 이끌어낼 수 있는 재료인데 매우 아쉬울 따름입니다.
2014년도에 조주기능사 실기 시험 칵테일 레시피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는데, 현재 레시피는 누가 만들어도 쉽게 만들어야 되기 때문에 레시피가 쉽게 간소화를 시키게 되었습니다.
근 14년 만에 기억을 더듬어 만들어봤습니다. 당시의 대회 결과는 본선까지는 갔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칵테일을 글라스에 따르다 쉐이커를 놓치는 바람에 본선 광탈하고 말았습니다ㅎㅎ
아! 그리고 이 얘기를 주변에 하면 그래서 얼마 받았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돈은 안 받았습니다.ㅎ
명예 감사장인가 받았었는데, 당시에는 돈 한 푼 안 줘서 마음이 조금 서운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역시 서운........하다기보단 오리지널 레시피를 만든 본인으로써는 매우 아쉽지만 국가공인 자격증 레시피에 창작 칵테일을 올렸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이 칵테일을 만들었던 과정 속에는 남이 만든 칵테일 레시피가 아닌 제 본연의 의지와 생각대로 심혈을 기울여 엄청 진지하게 만들었습니다만, 제가 당시에 이태원의 클럽에서 근무하고 있을 시절에 같이 일하는 형들이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며 만류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아! 그리고 칵테일이 이름을 힐링으로 지었던 건... 음..... 글쎄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하게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힐링이라는 저와 전혀 안 어울리는 오글거리는 이름으로 지었던걸 보니 그때는 어쩌면 순수하고 철이 없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