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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Mar 07. 2023

칼바도스(Calvados)_직관적인 사과향 증류주


칼바도스는 우리나라에서는 수요가 적은 편이라, 다양한 종류를 구경하기 쉽지 않습니다.

포도로 만든 브랜디 그리고 이 브랜디가 프랑스 코냑 지역에서 만들어지면 코냑, 알마냑 지역에서 만들어지면 이 역시도 지명을 따서 알마냑이라고 부르며, 칼바도스는 프랑스 노르망디 지역에서 생산되는 '사과'를 주원료로 만들어지는 브랜디를 뜻합니다.


노르망디는 원래 10세기에 정착한 '노르만'족이라는 바이킹들의 땅이라는 이름에서 유래되었습니다.

프랑스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와인 사업이 발달한 곳인데, 노르망디 지역에서는 추운 기후 탓에 포도가 잘 재배되지 않기 때문에 주로 사과 농업이 발달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 사과 파이를 아무 빵집에서 사 먹어도 맛이 기가 막힌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노르망디 지역에는 최대 200 종류가 넘는 사과가 재배된다고 합니다. 빨갛고...누렇고... 달고, 시고, 쓰고... 달다구리하고 달짝지근하면서 씁쓸하고,, 뭐 이렇게 맛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고 합니다만, 저는 사과는 청사과와 빨간 사과만 존재하는 줄 알았습니다 ㄱ- 허허....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애플 사이더 브랜드


이 사과를 발효 시켜서 만든 것이 바로 애플 사이더(Apple Cider) 입니다. 불어로는 '시드르' 라고도 합니다.

사이더라고 부르기 때문에 칠성 사이다 같은 맛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비슷한 탄산의 청량감이지만 맛과 탄산감이 다릅니다.


사과로 만들었으니 풍부한 사과의 특유의 향긋한 맛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원료를 사과로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달달한 맛보다는 향에서 사과 특유의 캐릭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아주 오래전에 칼바도스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풍부한 사과 맛을 기대하고 도전했다가 사과 껍질의 특유의 에스테르향이 너무 강해서 그 이후로 칼바도스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위스키나 브랜디에도 등급이 존재하듯이 칼바도스에도 등급이 나뉘는데 숙성 연수가 낮은 칼바도스의 경우는 오픈한 직후 향을 맡아보면... 비닐? 본드같은 고무 타는 냄새가 너무 역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첫 경험의 기억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낮은 숙성 연수의 칼바도스의 경우 일부러 미리 오픈하여 공기와 접촉 시키는 에어링 과정을 거쳐 칼바도스 자체의 향을 부드럽게 만드는 작업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코냑과 제조되는 과정이 매우 비슷한데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시드르를 증류하여 나온 오드 비를 숙성시키는 과정입니다. 뭐 위스키나 코냑이나 거의 비슷한 증류주 방식을 따릅니다.

다만 지역에 따른 차이를 보이는데, 칼바도스도 와인처럼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ôlée : 아뺄라시옹 도리진 콩트롤레 가 존재하여 품질 관리를 시행합니다.


기본적인 칼바도스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은 전체 비율 중에 70%를 차지하며 2년간 오크 숙성을 거쳐야 하고 사과와 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칼바도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Pays d'Auge:페이도쥬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일반 AOC 지역보다 까다로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데, 2년 숙성 알람빅 단식 증류기에서 2회 증류, 그리고 배를 사용하여 만들어지되 최대 30%까지만 허용됩니다.

그리고 아직은 저도 마셔본 적이 없는 Domfrontais:돔프롱테 지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페이도쥬와는 반대로 배를 필수로 30% 이상을 사용하여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배는 서양배를 뜻하는데, 우리가 먹는 누런색의 동양배와 생김새의 차이를 보이며 저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동양 배보다 높은 당도를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저는 배 자체를 안 좋아하므로 앞으로도 먹어볼 일이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코냑처럼 숙성 연수에 따라서 표기를 하는데 VS(2년), Reserv or Old(3년) VSOP(5년 이상) 그리고 XO(최소 10년 이상) Hors d'age:오다쥬 는 XO와 유사하지만 더 오래 숙성한 제품으로 나뉩니다.

저희 업장에는 다양한 종류의 칼바도스를 소유하고 있는데, 각 브랜드의 특징은 나중에 찬찬히 리뷰해 보도록 하고, 칼바도스의 푸드 페어링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칼바도스를 노징 글라스나 글라스 내부의 크기가 넓은 스니프터 글라스에 따라서 테이스팅 해보면 은은한 잘 익은 사과 껍질향이 인상적이며, 맛도 잘 익은 사과 과즙이 느껴지는데, 40도가 넘는 스피릿에 과실향이 직관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칼바도스가 유일한 증류주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과실향이 잘 느껴지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과 푸드 페어링을 하기에는 가장 좋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저는 과일과 술을 잘 페어링 하지 않는 편인데(눈앞에 있으면 잘 먹기는 함;;) 당도가 높은 과일일수록 술이 가지고 있는 피니쉬를 길게 느껴지지 않을뿐더러 과일의 단 맛이 입안을 지배하고 있어서 술이 가지고 있는 맛을 온전히 느끼기가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카망베르 치즈

그런데 칼바도스는 어느 정도 과실의 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일로 만든 디저트, 애플파이나 과일 타르트 같은 후식류와 페어링을 하면 과실의 향을 함께 안고 가기 때문에 페어링 하기 좋으며, 치즈의 짭짤한 맛과도 조합이 좋습니다.



바로 이 카망베르 치즈가 노르망디에서 처음 만들어진 치즈입니다. 보통은 어느 나라던지 그 나라에 맞는 전통 음식과 전통주는 거의 99%의 확률로 음식 궁합이 좋은 편입니다. 일본은 스시와 사케나 소츄가 잘 어울리고 중국은 기름진 중화요리와 백주가 궁합이 좋든 우리나라는 발효 음식이나 장류의 베이스로 한 음식과 막걸리 혹은 곡류를 원료로 한 술들이 궁합이 좋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 나라에 전통 음식을 국민들이 먹으면서 '이런 음식과 이런 술을 마시면 좋겠구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리적 요건에 부합하는 음식과 술들이 생겨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르망디에서는 칼바도스가 유명한 만큼 사과파이와 카망베르 치즈가 가장 최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칼바도스 빈티지 바틀


저희 업장에서는 칼바도스 플레이트로 3종류의 개성 있는 칼바도스를 샘플러 형식으로 테이스팅 할 수 있도록 홈메이드 초코 테린과 사과잼을 함께 서브하고 있습니다.

초콜릿이 너무 달기 때문에 초콜릿보다는 덜 달게 느낄 수 있도록 크래커 같은 식감의 테린과 직접 사과를 졸여서 만든 사과잼입니다. (와서 드셔보세요....맛이 기가 맥힘)



칼바도스는 브랜드마다 정말 극명한 맛의 차이를 보이는 증류주인데, 맛이 저마다 다른 사과와 배를 블렌딩하는 종류에 따라서 과실향이나 오크, 초콜릿의 캐릭터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를 테이스팅 해보는 것도 좋을듯합니다.

추후에 브랜드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하게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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