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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Jan 19. 2023

공황에 관한 단상

불안할때면 사랑받았던 순간을 떠올려봐


공황은 두려움이나 공포로 갑자기 생기는 심리적 불안 상태를 의미(병리적 정의는 조금 달랐던 걸로 기억) 


앞선 정의에서 가장 끔찍한 부분은 두려움도 공포도 불안도 아닌 '갑자기'라는 것. 공황은 살짝 시한폭탄이랑 비슷해. 잔인하게도 카운팅 타이머를 볼 수 없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겠지.


니가 무슨 공황이라고,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던 말이자 질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스스로에게 잔인했던 것 같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잔인하게 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인 나. 자기애는 뛰어난 편인데 동시에 자기혐오도 뛰어나서 문제였어. 이런 상태가 지속된다면 병원에 가야해. 높은 확률로 조울증 진단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우울, 조울, 불안, 공황 등등 수많은 메이저한 정신 질환의 공통점을 뽑으라면 불안이 아닐까 싶네. 보통 불안 수치가 높아지면 공황이 되곤 해. 불안을 공처럼 뭉쳐서 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어. 불안이란게 농도는 높은데 간혹 분자 구조에 흠이 있나봐. 나도 모르는 새 줄줄 새고 있더라. 사방이 기름인데 불공이 던져지면 어떻게 되겠니. 불안과 공황이란 그런 거야. 


분명 생존과 관련된 긍정적 진화 요인이던 불안이 어쩌다 이제는 생존을 위협하는 요소로 자리잡았을까. 나는 항상 그 점이 참 슬퍼.


누구나 견딜 수 없는 상황이 있기 마련이야. 버티는 것만이 전부가 될 때가 있어. 버티기는 강한 사람의 특징이자 특권. 해결할 수 없는 환경에 처해있다면, 그 문제적인 환경을 인지하면서도 동시에 일상이 주는 기쁨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지. 말이 쉽지 실제로는 어렵고, 내가 요새 제일 노력하는 부분이기도 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제자리로 돌아가버려. 스스로 눈을 가린 채로 정신과 감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다보면 분명히 한계가 올 수 밖에 없지. 언뜻 나아지는 것 같아 보여도 눈을 뜨면 난 여전히 비가 많이 오던 그 날로 돌아가. 유달리 붉고 검던 아스팔트라던지, 뇌를 울리던 도어락 소리라던지. 솔직히 아직도 그런 것들이 무서워. 


내가 겪은 공황은 넓든 좁든 공간에 구애받지 않았어(일단은 과거로 표현할게.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날씨가 좋아서 웃다가도 우후죽순 서있던 아파트들이 갑자기 나에게 쏟아지는 기분이랄까. 나를 둘러싼 모든 세상이 나라는 한 점으로 뭉치는 느낌이랄까. 울음은 나지 않았지. 너무 무서우면 울음도 안 나오거든.


좋은 사람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 있단다. 세상의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았던 사람도 순식간에 바닥에 떨어질 수 있어. 외면과 다르게 내면은 본인만 아는 철저히 독립된 공간이니까. 외적으로는 행복해보이는 사람이 내적으로는 바닥의 바닥을 기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의미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우린 그걸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 그건 이해의 영역이 아니야. 위로를 말하는 네 마음을 강요하지마. 아픔은 이해가 불가능해. 내가 어떻게 남의 아픔을 감히 이해한다고 할 수 있겠어. 그냥 그 사람을 그대로 받아들여줘. 그리고 시한폭탄이 터질 때 마다 함께 있어줘. 



아마 스스로가 제일 잘 알거야. 내 바닥을 마주하던 때 죽지 않을 수 있었던 건 날 판단하지 않는 사람들이 곁에 있어서였어. 그들이 내 문제를 해결해준다던가 그런 건 아니었어도 물리적으로 옆에 있어주는 존재 자체가 힘이 되었어. 적어도 나는 그랬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차마 입이 안 떨어지는 기분도 잘 알기 때문에 글을 썼어. 내가 항상 그랬잖아. 난 다정한 사람이고 싶다고. 예전에 쓴 일기중에 그런 말이 있더라. 



'누군가의 흔들리지 않는 무언가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난 사랑하는 누군가의 변하지 않는 다정이 되기로 했어. 사랑하는 사람들이 혼자 악쓰며 살게 하진 않을 거야. 그냥 내 마음은 그래. 너를 좀 더 믿고, 나를 좀 더 믿어봐.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를 계속 사랑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확신만 있다면 계속 살아갈 수 있어. 전혀 두렵지 않을거야. 항상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대체 무엇이 감히 네게 두려움을 줄 수 있겠어.  


버팀은 굴욕이 아니라더라. 내적으로 다스리는 분노와 모멸감, 외부의 기대에도 스스로를 잃지 말아야 함이라. 중요한 건 생각보다 항상 가까이에 있었고, 그렇기에 우린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항상 잊지 말아야해.


그러니까 절대 잊어버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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