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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Jun 29. 2023

비 오는 날

오랜만에 오전에 카페에 왔습니다. 2층 창가에 앉아서 비 오는 거리를 보며 따뜻한 커피 한 잔의 사치를 부리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폭우가 예상된다며 주의하라는 안전 문자가 계속 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열대성 기후로 변했는지, 집중호우가 많아진 것 같습니다.      


제주도부터 시작된 장마가 점점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이 있는데, 제주도의 장마가 생각납니다. 평상시에는 텅 비어있던 한라산 자락의 계곡들에 물이 거세게 몰아치며 지진이 일어나듯 엄청난 괴음이 납니다. 계곡에 있던 돌들이 물살에 흘러가면서 부딪히는 소리입니다. 처음에 이 소리를 들었을 때 산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한라산 자락에서 흘러 내려오는 물들 중에 외도동으로 흐르는 무수천이 있습니다. 장마철에 외도동 월대에 나간 적이 있는데, 바다로 빠져나가는 물살의 모습이 무섭습니다. 외도동에서 오랫동안 지내셨던 어르신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장마철에 외도동은 늘 물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집과 집안 살림살이, 심지어 정박했던 배까지 모두 휩쓸고 바다로 가버렸다고 합니다.     


장마가 시작되면 생각나는 두 기억이 있습니다. 하나는 초등학교 시절, 장마철에 저지대였던 학교 주변이 물에 잠기면서 며칠 동안 학교에 가지 못했던 기억입니다. 그때는 아이들과 함께 물에 잠긴 곳까지 찾아가 물속을 휘젓고 놀았습니다. 학교도 안 가고 물장난을 하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난리 때문에 어려움에 처한 이들이 있었을 것인데, 얼마나 철이 없었던 행동이었는지 모릅니다. 다른 하나는 중학교 시절인데, 한강대교에서 물이 점점 불어나는 한강을 바라보던 기억입니다. 무섭게 휘몰아치며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처음으로 물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매년 비 때문에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생기는데, 올해는 조용히 무사히 이 시기가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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