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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태훈 Jan 15. 2024

04 런던 1일차

우당탕탕 family in Europe

이스탄불을 떠나 4시간을 비행해서 도착한 런던.     

11시간의 긴 비행시간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4시간 비행은 짧게 느껴졌다.      


중간에 기내식을 또 준다기에 첫째 아들은 배부르다며 “이번 기내식은 패스”라고 외쳤지만, 이게 다 비행기 값에 포함된 것이니 부지런히 먹으라고 했다.      


“영국은 물가가 비싸니까, 공짜 밥 줄 때 많이 먹어둬라.”     


막상 기내식을 보고 자기 취향이라면서 싹 비워버린 첫째 아들.    

 

착륙한다는 방송을 듣고 런던 외각 지역의 풍경을 보는데, 한국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산이 없고 넓게 펼쳐진 지평선으로 가끔씩 보이는 성의 모습이 마치 중세시대를 생각나게 했다.   

   

현지시간으로 2023년 1월 15일 오전 9시 30분, 개트윅공항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화창한 날씨에 놀랐다.      

런던 날씨는 흐리고 비가 많이 온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화창한 날씨도 있구나!     


비행기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이정표를 보면서 입국심사대에 도착한 우리 가족은 어리둥절했다.      


본국민인 UK와 12개국은 입국심사대가 아닌 자동심사로 가라고 되어 있었다.      


태극기가 그려진 곳으로 이동하니, 그냥 여권 복사만 하고 1분도 안 되어 입국심사를 통과했다.     

 

“이게 뭐지?”     


잔뜩 긴장하면서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대한민국 여권은 정말 파워풀하는구나!”     


다시 국뽕이 차오른다.     


한국에서 보낸 짐이 터키를 지나 런던까지 잘 배달됐는지 걱정하며 수화물을 찾는 곳으로 갔더니 걱정과 다르게 무사히 짐들을 찾았다.     

 

그런데 “카트는 왜 돈을 넣어야 사용할 수 있는 거야!”     


벌써부터 돈을 달라는 이 시스템,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튼튼한 몸이 있으니, 각자 트렁크를 끌고 행복한 마음으로 런던 도착기념으로 사진 한 방 찍고, 런던투어를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이게 뭐니!     


우리의 계획은 개트윅역에서 빅토리아역으로 이동하는 기차를 타는 것이었다.    

  

매표기계 앞에 쓰여있는 문구를 보니, 우리가 타려고 했던 기차가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빅토리아역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외국인들 대상으로 안내하는 이에게 물어보니, 빅토리아역으로 가지 않는다는 말만 하고 가버린다.    

  

“그럼 우린 어떻게 숙소에 가냐고!”

     

다른 이에게 물어보니, 다른 기차 타고 가라고 말만 하고 또 가버린다.   

   

“이 씨, 그러니까 어떻게 숙소로 가냐고!”     


아내가 안내인 조끼를 입은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더니 여성분에게 가서 우리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 여성분이 가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고, 그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가서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친절하게 우리가 타야 할 기차와 시간, 그리고 표를 구매하는 것까지 도와줬다. 그렇게 우리는 빅토리아역 대신 런던 브릿지역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역시 어느 나라나 아줌마들에겐 여유와 융통성이 있는 것 같다.   

  


기차를 타고 런던 외각에서 시내에 들어가는 길에서 본 마을들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30여분 흐른 듯 도착한 런던 브릿지역.     


예상대로라면, 빅토리아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에 짐을 맡기고 시내투어를 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도착한 곳이 투어장소였기에 큰 짐들을 이끌고 투어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잘한 결정인지 모르겠다.      


큰 트렁크를 끌고 다니기에 인도가 좋지 않았고, 계단도 많아서 힘들었다.      


하지만, 템스강을 품고 있는 강변과 런던브릿지, 보기에도 좋고, 사진으로 담기에도 좋았다. 


타워브릿지까지 이어지는 강변길을 따라 꿈에 그리던 런던을 만끽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타워브릿지 전경을 눈에 담고 직접 걸으면서 수백 장의 사진을 찍었다.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되어 우버를 부르고 런던투어버스정류장 앞에서 기다리는데, 택시가 그냥 지나가버린다. 이건 뭐지?  


다시 잡은 우버도 지나간다. 그렇게 세 번째 우버가 지나가면서 버스정류장에서는 승객을 태울 수 없단다.      

이런!     


택시를 타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이건 또 뭐니!     


갑자기 쏟아지는 비.     


큰 트렁크에 장시간 걷기만 해서 다리도 아픈데, 비까지 내리니 정말 기운이 다 빠졌다. 다들 지치고 힘들고 짜증이 났다.      


비 맞은 생쥐 꼴로 어렵게 택시를 잡아 숙소까지 이동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다 이번 여행의 효자상품인 전기매트를 침대 위에 설치하고 긴 비행과 투어의 피로를 씻어내고 누웠는데, 온몸이 녹아내리듯 잠에 빠져들었다.      


오후 3시 30분.


야경투어를 위해 나간 웨스트민스터 거리.     


걸으면서 이게 영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나왔다.


 4시가 지나자 해가 지고 서서히 밝히는 거리들. 


런던아이와 주변의 거리들을 보면서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 



주변에 많은 관광객들 속에서 자리를 잡고 찍는 우리 가족은 앞서 힘들었던 것들을 다 잊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숙소로 돌아온 후 너무 피곤해서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방송이 들렸다.    

 

“Emergency, Emergency!!”     


화재경보 소리가 크게 울리며 서둘러 중요한 소지품을 챙기고 앞방에 있는 아들들도 깨워서 계단을 이용해서 1층으로 내려갔다.      


많은 사람들이 잠결에 나온 상황이라 모두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숙소 밖으로 모였다. 그제야 사람들을 보니 샤워가운, 반팔, 잠옷, 떡진 머리에 맨발로 서있는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정확한 상황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없었다. 


이게 무슨 일인지. 한참 후에 로비로 들어가 직원에게 물어보니 오작동이라고 하며 다시 투숙객들을 올려 보냈다. 밤 12시가 넘어간 시간이었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숙소로 올라가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첫째 날부터 이게 무슨 일들이냐고!”     


* 다음 날 아침, 어제의 상황에 대한 안내문을 봤는데 투숙객 중 객실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연기를 감지해서 화재경보가 발생했다고 한다. 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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