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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독일 뮌헨으로 향하는 길

우당탕탕 family in Europe

by 배태훈 Oct 18. 2024

2023년 1월 22일.


짧은 취리히 도심 여행을 마치고, 역에 맡겨둔 짐을 찾아 터미널로 향했다. 


며칠 안 있었지만, 유럽은 참 불친절하다. 21세기 최첨단 시대를 살고 있는데, 그 어디에도 버스에 대한 정보가 있는 곳이 없다. 그냥 넓은 공터에서 내가 타고 가야 할 버스를 찾아가야 하는 옛날 방식이었다. 예약했던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뮌헨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표를 바꿔서 조금 이른 시간에 독일로 향하는 버스를 찾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취리휘 버스 터미널>


한참 후 독일 뮌헨으로 향하는 버스를 찾았고, 짐칸에 트렁크를 넣기 시작했다. 버스마다 구조가 달라서 짐칸이 제각각이었는데, 우리가 타고 갈 버스는 짐칸이 조금 위에 있었다. 무거운 캐리어를 4개가 싣다가 갑자기 왼쪽 가슴 쪽에 담이 걸렸다. 순간 아프기도 하고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가슴을 부여잡았는데, 그 모습이 위급했나 보다. 아내가 놀라서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아이고, 담이 걸려서 그래.’ 


브런치 글 이미지 2

<담에 걸린 남편 때문에 울고 있는 아내>


아내는 내가 고생하는 거 같아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한다.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에 버스에 몸을 싣고 약 4시간을 이동했다. 스위스에서 독일 국경도 쉽게 넘어가고 버스 내에 좁디좁은 남녀공용 화장실도 사용했다. 버스를 탄 지 한 시간 정도 흐른 뒤에 갑자기 버스가 멈추더니 운전석이 어수선했다. 그리고 버스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배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버스 안에서 배에 탑승>


‘아니 무슨 버스가 배를 타지?’     


브런치 글 이미지 4

<보덴 호를 지나가고 있는 현재 위치>


갑작스러운 상황에 구글맵으로 살펴보니 ‘보덴 호’라는 곳이었다. 버스에 탄 채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널 모양이다. 지도에서 길 찾기로 검색해 보니, 호수를 가로질러가지 않으면 호수를 돌아가야 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려서 이런 방법이 생긴 모양이다. 배의 출항시간이 있는지 배에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호수 맞은편에서 내리고 뮌헨으로 계속 향했다. 현지시간으로 늦은 시간에 뮌헨터미널에 도착한 우리는 너무 배가 고파서 터미널에 있는 맥도널드를 찾아갔다. 이정표가 왜 그렇게 복잡하게 되어 있는지 조금 헤매다 찾은 맥도널드는 이층 구석에 있었다. 구멍가게처럼 작은 곳이었지만, 왜 그렇게 기쁘던지. 빅맥 세트 하나씩 클리어하고, 숙소를 향해 뭘 타러 갈지 고민했다. 원래는 새벽시간에 도착이라 무조건 택시를 이용해야만 했는데, 스위스에서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 아직 전철이 다니고 있었다. 돈을 절약해야 하니, 전철을 타기로 결정을 하고, 터미널 옆에 있는 전철역으로 이동했다.

      

늦은 시간인지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이는 전철에는 개찰구가 따로 없고 플랫폼 옆에 키오스크가 있었다. 뮌헨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여러 블로그에서 전철 티켓을 구매하는 방법을 공부했기에 자신 있게 키오스크에 섰는데, 이 키오스크 뭔가 이상하다. 블로그에서 봤던 모델하고 전혀 다른 모델이었다. 독일어로 쓰여 있는 걸 보고 블로그에 적힌 것을 비교하면서 뭘 구매해야 하는지 당황하며 고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이것저것 누르더니 표를 구매했다.      


구매 완료 후, 전철을 기다리며 영수증을 보는데, 뭔가 잘못된 거 같았다. 결제금액이 56유로였다. 티켓 값이 3.9유로니까 16유로 정도가 돼야 하는데, 40유로가 더 나간 거였다. 그걸 확인하는 순간, 우리 가족은 말이 없어졌다. 잠시 후에 전철이 들어왔고, 전철을 탄 후에 내릴 곳을 확인하고 30분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내렸다. 그래도 숙소가 역 앞에 바로 있어서 곧바로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다.      


브런치 글 이미지 5

<뮌헨 숙소 사진. 지치고 피곤하고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가 그대로 표현된 듯하다> 


숙소에서 우리가 산 표를 확인해 보니, 바이에른 지역을 하루종일 어디든지 다닐 수 있는 1일 티켓이었다. 버스 터미널 역 근처에 있는 지하철역에 있던 키오스크도 구식기계였다. 다른 곳보다 이동인구가 적은 곳이라서 아직 신식기계로 바꾸지 않은 것이었다. 블로그에서는 신식기계를 이용하는 방법만 있었다. 아무튼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급한 마음에 빨리 가려고 했던 마음이 이런 일이 일어났다. 늦은 시간, 낯선 곳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나도 아내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그걸 확인한 우리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잤다. 그렇게 독일에서 첫째 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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