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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한범 Jul 06. 2020

범고래, 넌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니?

그린피스 항해사 썰#21

"한붐, 다음 목적지는 범고래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항해 준비해줘."

선장님이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아 네, 어디 쪽으로 가면 되나요?"

 "범고래 있는 곳"

 "그래서 어디... 죠?"

 "그건 니가 찾아야지!"


 살다 살다 이런 황당한 업무 요청은 처음이었다. 그러고 선장님은 다시 방으로 내려가셨다. 약간은 몰래카메라 같은 상황에, 나는 커피 한잔 마시면서 생각하기 위해서 커피머신 앞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었다.

 그리고 커피를 마시러 내려온 미국팀 사람이랑 이야기를 하다가 물어보았다.

 "근데, 범고래는 왜 찾는 거예요?"

 그러자 그 미국 캠페이너는 대략 30분 동안 범고래를 찾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유인즉슨, 시애틀에서 밴쿠버까지 이어지는 Salish Sea에는 많은 생물들이 살고 있는데, 이 강을 가로지르는 Pipe line을 설치하려고 하는 회사가 있었다. 우리는 그 Pipe line 건설을 막기 위하여 행동을 하고 있는데, 사무소에서는 다양한 생물들을 미디어에 담고 싶어 하였고, 그중에서도 범고래가 가장 중요한 동물 중에 하나이고, 미디어에 담아 홍보를 하기 위하여 범고래를 찾으러 가는 것이라고 하였다.

 몇 번의 회의를 놓친 나는, 그제야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여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파악이 되었다.


 문제는 다시, 이 범고래들을 어디서 찾느냐였다.

 나는 배를 타고 작은 물고기 한 마리 잡아본 적이 없다. 나의 항해사 면허도 '상선'항해사 면허지, '어선'항해사 면허와는 거리가 멀었다. 지구 상에 어디 한 점에서 다른 어느 한 점까지 가는 것은 어떤 곳이든, 그것이 북한이라도 계획을 잘 짤 자신이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범고래를 찾아내라... 참 막막했다.

 우선 가장 쉬운 구글링부터 시작하였다.


 역시 구글...! 나는 태어나서 '범고래 네트워크 단체'라는 것이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여기에 들어가 회원 가입을 하고 여러 정보들을 확인하면서, 범고래가 있을 만한 곳의 범위를 좁혀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넓은 범위보다는, 이틀 뒤에 있을 출항 때 범고래가 있을 '정확한 지점'이 필요하였다.

범고래는 어디서 찾을 수 있나?

 그렇게 정보를 찾고 찾다가, 나는 우리 배 근처에 'Orcas watching tour (범고래 구경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업무 시간에 나의 상관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배를 방문하였다.

 프런트에 있던 사람은 나를 맞이해 주었고, 범고래 투어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해 주었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몇 개 질문을 했지만, 그 직원은 정확한 지점을 잘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서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로 하였다.

 "아 나 사실 그린피스 배 이등항해산데... 우리도 범고래 찾으러 갈 예정이라서, 혹시 어디 쪽으로 가야 되는지 알아보고 싶어서 방문한 거야"

 "아! 그러면 잠깐만 기다려봐, 여기 선장님 데리고 올게"

 그리고 몇 분 뒤 선장님을 만날 수 있었다.

 "헬로우! 캡틴! 나는 저기 그린피스 배에서 온..."

 그러자 그는 불쑥 말을 끊었다.

 "오! 오리지날 갱스터!"라고 나를 부르며, "나도 며칠 전에 그린피스 배에 방문했었어. 네가 브리지(선교)를 설명해 주는 것도 잘 들었어" 라며 꽤 반갑게 맞이 해 주었다.

 그렇게 그린피스에 대해, 우리가 하는 캠페인에 대해, 또 이 지역 항해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범고래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어봤다. 그 선장님은 요즘 범고래들이 출몰하는 포인트들을 꽤나 상세하게 알려 주었다.

 그리고 다음에 또 볼 수 있으면 보자고 인사를 하고 페이스북 친구를 맺은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배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보들을 바탕으로, 나는 빠르게 '범고래 항해'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범고래를 찾아서!

 다음날, 출항을 하루 앞두고, 선장님은 내가 일하는 곳으로 왔다.

 "한붐, 어떻게 돼가? 범고래는 찾을 수 있겠어?"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 준비됐어요. 일단 여기 지도를 보면서 이야기를 하자면, 이쪽 3군데 정도 돌아다니다 보면 범고래 한 마리 정도는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선장님도 선장님 나름대로 연구를 해서 몇 군데 포인트를 알아 오셨고, 나의 포인트와 비교해서 크게 차이는 없어서, 이대로 한번 범고래를 찾으러 가보기로 하였다.



 다음날, 우리는 범고래를 찾으러 출항하였다. 나의 마음은 꽤나 불안하였다.

 '우리 배의 많은 사람들이 범고래를 보기 위하여 같이 항해하는데, 혹시 허탕을 치면 어떡하지...'

 출항할 때, 우리 캠페인의 성공을 빌어주는 미국 토박이 (aka. 아메리칸 인디언)의 굿(의식)까지 보고 나니 더더욱 마음은 무거워졌다.

Salish sea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미국 원주민

  그렇게 우리는 출항하였고, 가는 길에 이 지역에 서식하는 다른 동 식물들을 관찰하며 항해를 하였고, 사진과 비디오에 담기도 하였다. 하지만, 범고래는 세 번째 계획 한 곳까지 가는 동안 우리에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범고래를 찾지 못한 죄책감에 약간 시달리기도 하였다.

 주변 사람들은 '뭐 못 찾을 수도 있지!' 하면서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내심 우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때 같이 당직을 서던 선장님이 소리를 쳤다.

 "오오오! 올카스! 올카스! (범고래! 범고래!)"

 순식간에 범고래 몇 마리가 우리 눈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나는 선내 방송으로도 외쳤다.

 "범고래! 범고래! 엄청 많아, 우현에 범고래! 카메라 갖고 달려 나와!"

 그러자, 반쯤 포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갑판으로 몰려나와 준비된 사진기로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였다.

 선장님도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조타를 할 것이니, 나도 갑판에 나가서 마음껏 즐겨라고 하셨다.

 진짜, '뿌듯하다'는 감정은 이럴 때 쓰기에 적합했다.

 그리고 몇 분 뒤 나의 교대자인 일등항해사 '나초'형이 올라왔고, 나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데 밖이 북적북적 해?"

 나는 대답했다.

 "아 별건 아니고 저기 봐봐, 범고래 몇 마리 있어~" 하면서, 나는 홀가분 한 마음으로 당직을 교대할 수 있었고, 당직을 마치고 조금 더 범고래와의 순간을 갑판 위에서 즐겼다.


 해가 졌고, 우리는 다음 항구인 San Francisco로 향하였다.

*본 글의 내용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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