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한범 Jan 22. 2020

시애틀, 물의도시를 지켜라.

그린피스 항해사 썰#20

 시애틀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르는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그레이 아나토미. 스페이스 니들. 스타벅스. 아마존과 밸브와 같은 거대 IT기업들... 각자에게 시애틀의 이미지는 다 제각각일 것이다.

 하지만 시애틀 사람들에게 있어서 '물'은 시애틀을 설명하는 데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이 도시는 물에 둘러싸여 있고, 시애틀 사람들의 문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시애틀의 야구팀 이름마저 '시애틀 마리너스'이다.

물에 둘러 쌓여있는 시애틀


나는 휴가를 마치고, 다시 미국과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멕시코 '엔세나다'에서 세 번째 여행을 시작하였다. 교대를 하자마자 우리는 시애틀까지 항해를 하였고, 시애틀의 입구를 들어서면서부터 이 도시는 '물의 도시'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입구부터 보이는 엄청난 규모의 갑문, 그 갑문이 열리면서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개인 요트'들, 갑문을 통과하고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강줄기...

 결정적으로 우리가 정박한 항구는 말 그대로 도심의 한 복판이었다.

 50미터나 되는 배가 스패이스 니들에서 400미터 정도 떨어진, 도심 중간에 정박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이 도시는 물줄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이 '물의 도시'는 '플라스틱'에 의해 오염이 되어왔고, 그 오염은 더더욱 가속화되고 있었다. 또한, 시애틀부터 시작하여 캐나다 밴쿠버까지 연결되는 이 넓은 해안, 'Salish Sea'가 기름을 운반하는 파이프라인 연결 문제로 인해 거대한 '기름 오염'에 노출되려 하고 있었다.


 그 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하여, 그린피스 미국팀과 우리 배는 같이 힘을 합치기로 하였다. 그리고 시애틀 레이크 유니온 공원에 우리 배의 밧줄을 걸어 정박을 하였다.

우리배가 정박할 항구, 레이크 유니온 공원


 'Salish Sea'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동물은 '범고래'이다. 울산에 가면, 고래를 직접 보기 위한 '고래유람선'이 있듯이, 이 지역의 '범고래 투어'는 이 지역의 중요한 사업 중에 하나이다.

 Salish sea를 보호하고, 범고래를 지키기 위하여 그린피스 배가 시애틀에 도착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우리는 먼저 '범고래 모양의 연'을 날려 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연?" 처음에 나도 이 이야기를 듣고, 무슨 이야긴지 긴가 민가 하였다. 하지만, 그 연의 실체를 보고 나서야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범고래를 시애틀 하늘에 띄우기 위한 작업... 새삼 미국인들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크기였다.

 꽤나 큰 범고래 연을 공중에 띄우기 위하여 우리는 시작부터 애를 먹었다. 그리고, 같이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띄워야 하는지 여러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결정적으로 엔지니어의 공학적인 생각과 줄의 재배치 덕에 우리는 마침내 범고래를 시애틀 하늘 위로 띄워, 사진과 함께 미국 사람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드디어 범고래가 하늘위로 올라갔다.

 그렇게 우리는 범고래 사진과 함께, 우리가 시애틀에 온 이유와 목적을 미디어를 통해 알린 뒤, 주변 시민들을 초청해서 배를 구경시켜주는 '오픈보트'행사를 열어 우리가 할 캠페인에 대하여 더욱 깊게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특히나 이 기간에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축제인 'Pride Parade(퀴어 퍼레이드)'기간이었다. 그 축제 덕분에, 평소보다 더욱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주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 배가 많은 사람들로 시끌시끌하였다.

 특히나 퀴어축제의 상징인 무지개깃발과, 우리 배 머리 쪽이 그려져 있는 무지개의 조화 덕분에,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퀴어축제를 축하하는 의미로 레인보우깃발을 계양한 Arctic Sunrise

 

 성공적인 오픈보트 행사를 끝낸 우리는, 미국에서의 첫출발을 성공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슬슬 행동을 개시하기 위하여 몸을 풀었다.


*본 글의 내용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밝힙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봉주르, 바게트국의 인기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