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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한범 Jul 08. 2018

힐링, 시골마을의 한적한 주말

그린피스 항해사 썰 #4

“굿모닝, 일곱 시 삼십 분이야”

라는 모닝콜이 없는 주말이다.


 습관처럼 일곱 시 삼십 분에 자동으로 눈이 떠지긴 했지만, 오늘이 주말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다시 꿀잠에 빠져 들었다. 그리고 느지막이 일어나 천천히 옷을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주말 없이 내내 일하는 ‘요리사’를 쉬게 해 주기 위해, 자원봉사로 지원한 사람들이 점심을 준비하는 날이다. 이러한 문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평소 요리하는 것을 즐겨하는 터라, 화이트보드의 ‘Volonteer’ 란에 이름을 적게 되었다. 또, 많이 친해지게 된 스페인 자원봉사자 ‘알레’와 같이 일요일 점심을 준비하게 되었다.

 

 나는 뭘 할까 생각하다가, 집에서 ‘홈베이킹’하던 취미를 살려 ‘시나몬 번’을 만들고, 내가 푸드트럭에서 먹고 반했던 ‘하와이안 쉬림프 볶음밥’을 만들기로 하였다.

 알레는 ‘가지 스파게티’와 그의 고향인 스페인 라스팔마스 식 ‘감자요리’를 만들기로 하였다.

 그리고 우리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였다.


 “알레, 뭐 필요해? 냉장고 가는 길에 필요한 거 있으면 갔다 줄게, 크림 스파게티 만들 거야?”

 “응 맞아, 두유랑 가지 좀 갔다 줘.”

 “우유랑 치즈는 필요 없어? 베이컨 같은 거는?”

 “필요 없어, 난 비건이야, 비건 음식 만들 거야.”

 “필요 없어? 그럼, 크림 스파게티에 두유를 넣겠다고? 그런데, 비건이 뭐야?”

 그러자 알레는 비건에 대해 친절하게 길게 설명해 주었는데, 한마디로 ‘채식주의자’이다.

 

 채식주의자는 크게 ‘베지테어리언’과 ‘비건’으로 나뉘는데, ‘베지테어리언’은 육고기 및 생선을 섭취하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고, ‘비건’은 한발 더 나아가 유제품, 계란, 꿀 등을 섭취하지 않고, 동물 실험을 거친 제품들을 사용하지 않는 ’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라고 설명해 주었다. 신기했다. 내가 이제가지 살면서 들어본 채식주의자는 '동화사 스님들'밖에 없었다. 그리고 몇몇 스님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가끔 육식을 한다고 소문으로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본 민간인 ‘비건’ 알레가 신념을 지키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고, 치킨이 없으면 죽고 못 사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채식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요리가 완성되었고, 점심시간이 시작되었다.

스페인 카나리제도 안의 라스팔마스에서 온, Alejadro


 점심시간에 같이 모여 점심을 먹으면서 오늘은 뭘 할지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초형이 “나 전에 길가다가 수영하기 괜찮아 보이는 강 발견했는데 오늘 거기 가서 놀자”라고 제안했고, 나를 포함한 계획이 없던 많은 동료들이 같이 가기로 하였다. 밥을 다 먹고 설거지를 마친 후, 각자 자전거 혹은 킥보드를 하나씩 잡았고, 남아공에서 온 동료는 카약을 타고 가서 그쪽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가는 길에 슈퍼를 들려, 숯과 고기, 빵, 그리고 비건 친구를 위한 바비큐 거리를 산 뒤, 열심히 달리고 달려 고기 구워 먹기 좋은 강가에 도착하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약간 더러워 보이는 강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였고, 꽤 높은 다리에 올라가 다이빙도 하였다.

 물놀이를 하다 보니 배가 고파져, 고기와 야채도 구워 먹고, 맥주를 마시며 축구도 하였다.

 특히 유럽, 남미에서 온 사람들은 서로의 자존심을 걸고 목숨 걸고 축구를 하였다. 하지만, 미국이나 남아공에서 온 사람들은 축구가 뭔지 들어보기만 했을 뿐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몰랐고, 왜 손을 쓰면 안 되는지 계속해서 물어보면서, 어설픈 발놀림으로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축구를 같이하였다.

 그렇게 축구도 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이야기도 나누고, 다시 수영도 하고... 초등학생 시절, 친구들이랑 자전거 타고 숲 속이나 강가로 놀러 가서 마음껏 뛰어놀았던 그런 기분을 다시 느낄 수도 있었다. 네덜란드 '델프 제일'의 잘 가꾸어진 자연 속에서 평일 내내 지친 몸을 '힐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참 행복하다. 열심히 일을 하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주말까지 완벽하게 보내니, 이번 주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우리는 그렇게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주말을 보냈고, 어느덧 출항이 한주 앞으로 다가왔다.


*본 글의 내용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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