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끝에서 너에게.
오랜만에 우리 여행사진을 뒤적이다 다시금 너에게 고마워졌어.
겁 많은 내가 그렇게도 많은 곳으로 떠날 수 있던 건
모두 네 덕이었던 것 같아.
당연스레 장거리 여행을 떠날 거라 말하고,
가고 싶은 곳을 정한 너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나도 내 마음도 움직였어.
함께 할 거라는 생각에, 당차고 겁 없는 네가
내 곁에 꼭 붙어 있을 거란 생각에 주저 없이 뛰어들 수 있었지.
물론 걱정도 컸어.
어딘가에서 읽은 사고가 나에게 일어나진 않을까,
소매치기당해서 국제 미아되는 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낯설고 피곤한 여행길에서
혹시라도 우리 사이가 틀어질까 그게 가장 걱정이었지.
그래도 걱정은 넣어두고 모든 것이 처음인 이 길 위에서
잘 해내 보자고 서로 손 꼭 잡고 다짐했었지.
우려했던 것만큼 심각한 상황은 없었지만,
길을 헤맸고, 많이 더웠고, 가끔 아팠고, 이상한 사람들이 다가왔고,
우리는 서로에게 실망도 했지.
온전히 행복하기만 했다면 그건 거짓말일 거야.
거짓 없이 할 수 있는 말은
'네가 있어 든든했고, 잊지 못할 기억이었어.
지나 보니 웃을 수 있는 일로 가득했던 길이었어.'
시간 지나 돌아보았을 때 찡그리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기에 다시 한번 고마워.
요즘 들어 함께 하는 사람의 에너지가 미치는 힘이 크다는 것을 느끼는데,
당시에 무기력했던 내 옆에 너는 보조배터리처럼 충전해주는 존재였어.
웃긴 비유이긴 하지만 딱 맞는 말인듯해.
든든했던 그때의 너, 지금까지 여전한 네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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