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니까 생각나는 그 여름밤
누가 독일 대표 도시 중 하나 아니랄까 봐
변덕스러운 독일 날씨를 자랑했던 함부르크.
흐렸다 비 왔다 다시 맑았다를 반복하며 내 애간장을 녹였다.
그러다 언니의 기숙사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갔던 날.
붉게 물든 하늘을 만났다.
끝나가는 여름밤.
조금은 쌀쌀해진 바람과 편안한 옷차림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 함께여서 더 기억에 남는 밤이었다.
여유로운 그 순간은 귀국이 얼마 남지 않은 나에게
'이렇게 잔잔한 시간으로 마지막을 채워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언니와 도란도란 밀린 이야기들을 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 길.
그 길을 참 어두웠지만,
최근 들어 가장 마음이 가볍고 환한 길이었다.
지금처럼 왔다 갔다 마음대로이다가
이내 비가 내리는 날이면
평범하고, 그래서 더 빛났던 그 여름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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